[盧 전대통령 서거]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조문

<strong>조문객 대부분 '보통 사람' "작은 비석 하나만"…바람 대로 소박한 장례식</strong> 25일 오후 7시께.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지만 마을 입구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려는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마을 어귀에서 빈소가 마련 된 봉하마을회관 까지는 1km가 훌쩍 넘는다. 멀찍이에 주차를 하고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과 장례위원회 측이 준비한 셔틀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데 모여 1km가 넘는 행렬이 만들어졌다.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온 부부, 지긋한 어르신들, 교복을 입은 채 삼삼오오 모여 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 그리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들. 이들은 한 눈에 봐도 평범한 '보통사람'들이었다.   회관 어귀에 다다른 조문객들은 빈소 앞에 촘촘히 늘어선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길게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려 조문을 마친 이들은 빈소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직접 음식을 받아 들고 장례위가 마련한 '천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국밥과 김치가 전부. 마을 주민들과 노사모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나눠주는 조촐한 음식들이다. 지극히 소박하지만,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온 문상객들에겐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봉하마을 한 주민은 "그 분(노 전 대통령)은 여기 계시는 동안 정말 우리랑 똑같이 살았다. '보통사람 보통사람' 하신 게 빈 말이 아니다"라며 "그러니 장례식이라고 뭐 유별날 필요 있나. 동네 사람들이 합심해서 이렇게 치르면 되지"라고 말했다.   퇴임과 동시에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와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던 노 전 대통령.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서를 통해서도 자신을 화장한 뒤 사저 근처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 달라고 부탁했다.   조문객들에게 손수 근조리본을 나눠주는 사람, 국화를 나눠주는 사람, 줄지어 선 문상객들에게 "고맙습니다"라며 음료를 나눠주는 사람 모두 그의 소박한 바람에 어긋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다.   장례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어떤 행사도 거창하고 화려하게 치르길 바라지 않았다. 생전의 소박했던 모습이 전해져 장례식도 모든 사람들을 받아주는 소탈한 행사가 된 것 같다"며 "문재인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들도 이 점을 중시했다"고 설명했다.   영정 맞은 편 건물에 노사모 회원들이 설치해 둔 대형 스크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방영되고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상을 마치고 스크린 앞에 모인 사람들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오래 기억하려는 듯 천천히 빈소를 떠나갔다. 김해=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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