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서거]정치권 여전히 '패닉', 살얼음판 '폭풍전야'

파장 '가늠도 힘들어'.. 곳곳에서 충돌 조짐

"가늠할 수조차 없다", "수습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급작스런 서거에 정치권은 모든 일정을 중단하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장 6월 임시국회가 여야 합의로 2주일 연기됐으며, 쟁점 법안처리도 힘겨워 보인다. 여야 지도부는 애도의 뜻을 표하며 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조심을 하고 있다. 국민적 슬픔에 직면해서 정쟁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충수'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장례식이 일단락되면 '책임론'을 둘러싼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당혹스런 분위기속에서 정치 쟁점화를 우려하며 여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대한 신중하게 스탠스를 잡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당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검찰과 현 정권이 합작한 '정치적 타살'론이 확대될 경우 제2촛불 사태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주방문중 급거 귀국한 박희태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제 한국의 정치가 투쟁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길로 가야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당 쇄신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상황을 따지면 또 다른 분열이 온다, 그것은 돌아가신 분의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는대로 봉하마을 조문에 나설 예정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메가톤급 돌발 현안에 최대한 몸을 낮춘 모습이지만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 당면 현안 처리를 마냥 미룰 수는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감지되고 있다. 김정훈 의원은 "국가 업무라는 것은 쉴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반면 민주당은 추모를 이어가는 정적인 분위기지만, 곳곳에서 향후 거센 대여 투쟁을 예고하는 모습들이 노출되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정쟁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일단 장례가 끝날 때까지는 애도기간으로 하고 어떤 정치 일정도 중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역에서 모두 발언도 생략한 채 비공개 회의에 들어간 민주당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 조문과 관련 "조문의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도의적이건 정치적이건 이 대통령의 공개사과가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부겸 의원도 "지금은 세상이 그를 심판하지만, 그가 우리를 심판할 날이 곧 올 것이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장례식이 끝나면 민심 동향에 따라 검찰의 책임론을 앞세워 국정조사와 박연차 리스트 관련 특검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금은 추도기간 아니냐"면서도 "국민적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특검에 힘을 실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어차피 여권에 대한 수사는 깨끗하지 않았고 피해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검찰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대선 자금 문제도 털어야 한다, 지금 털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털린다"고 말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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