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24일에도 정치권은 몸을 잔뜩 낮추며 향후 민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례식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한 채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검찰 수사중에 전 대통령이 사망한 사건이어서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는 모습이다.
모든 정치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인 가운데, 6월 임시국회 일정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집권 2년차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리지 않나 전전 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법을 비롯해 야권이 'MB악법'으로 분류한 여러 사회개혁법안의 일방적 강공 처리는 사실상 힘들어진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24일 당사에 근조 현수막을 걸고 거듭 애도의 뜻을 밝히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합의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심 악화를 우려 한 듯 당 지도부의 노 전 대통령 인연 회고가 봇물을 이뤘다.
사법 연수원 동기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같이 동고동락한 친구로 개인적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지난 2002년 대선을 회고하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썼는데 이 책을 읽고 '우리 정치에서 노무현 전 의원이 추구하는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다" 며 "당시 노 전 대통령도 고맙다고 연락한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당 일정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열릴 예정이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최소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8~29일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열릴 예정이던 의원 연찬회도 일정 조정에 다시 착수했다.
6월 임시국회 순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애도기간에는 여야 국회 개회협상을 할 수 없다"며 "6월 국회는 아마 순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회 시기에 대해서는 "첫째주나 둘째주가 그냥 지나가고 그 이후로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강래 원내대표등 당직자와 조문객들이 영등포 당사에서 합동분양식을 가지며 침통한 분위기다.
김교흥 사무부총장은 헌화에 앞서 "위대한 지도자를 잃어 참담한 심정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가혹한 수사로 있어서는 안 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기간 동안 일체의 당무를 중단하고 국민과 함께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민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 논란에 본격 착수하기엔 부담이 커지만, 민심의 향배에 따라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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