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이벤트 속 막강한 호재 기대하기 어려워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2만원을 나눠주면서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면 3만원을 더 얻어 총 5만원을 딸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게임에 응하지 않으면 그냥 2만원만 가지면 된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 응하지 않고 그냥 2만원을 가져갔다. 어차피 2만원이라는 돈을 그냥 손에 쥔 상황에서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번엔 방식을 바꿨다. 사람들에게 처음에 5만원을 나눠줬다가 3만원을 다시 빼앗아간 후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면 3만원까지 모두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미 2만원을 공짜로 얻은 것은 처음 실험과 같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3만원도 얻기 위해 게임에 응한다. 처음 5만원을 쥐어준 후 3만원을 도로 가져가자 마치 자신의 돈을 빼앗긴 것 같아 되찾고 싶어 게임에 응했다는 게 이 사람들의 설명이었다.
얼핏 보면 2만원씩 손에 쥔 같은 상황이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처음부터 2만원만 받은 것과, 2만원의 배가 넘는 5만원의 돈을 받은 것이 차이점이다.
이같은 사람들의 심리는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듯 하다.
지난 3월 초 코스피 지수가 세자릿대까지 출발했지만 어느샌가 14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반토막났던 수익률을 거의 회복하거나 새로운 수익을 거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400선을 넘어선 이후로 주식시장의 상승탄력은 눈에 띄게 둔화됐고, 지난 주에는 주간 코스피 상승률이 4주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일정부분 줄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3월초에 비하면 이미 큰 수익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직도 자신의 수익률이 최고점이었던 시기에 미련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시장은 현재 랠리를 이어가느냐, 하락장세에 돌입하느냐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의 화끈한 랠리를 맛본 투자자들은 또다시 이같은 랠리가 기대될 수 있다는 믿음에 이미 얻은 수익을 주식시장에 내걸고 있지만, 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지 하락장세로 돌아설 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예전만큼의 상승탄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랠리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왔지만 실제 경기회복 속도는 우리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경기회복 속도 역시 충분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게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이같은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4월 산업생산과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 5월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 등 굵직굵직한 경기지표들이 모두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분명한 호재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오히려 하락세로 마감했다. 더이상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긍정적 지표를 차익실현의 신호탄으로 판단했는지, 아니면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진 탓에 이 정도 수준은 성에 차지 않는건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추가적인 상승세를 위해서는 현 수준을 뛰어넘는 호재가 등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이벤트가 한산한 현 시점에서 막강한 호재를 기대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 아닐까.
당신에게 2만원의 공돈이 쥐어졌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2만원일수도 있고, 처음 5만원이던 공돈이 3만원을 잃어버려 2만원만 남은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라면 처음 5만원을 위해 무모해보이는 게임에 도전하겠는가?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