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칸영화제, 스타 부재 속에 차분한 분위기로 개막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62회 칸영화제가 13일 오후 7시(한국시간 14일 오전 2시) 프랑스의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올렸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신종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에 할리우드 영화의 대폭 축소까지 겹쳐 예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개막을 알린 이번 영화제는 오는 24일까지 12일간 이어진다. ◆ 개막식, 할리우드 스타는 없었다 개막식에 앞서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간) 개막작 '업'(Up)의 기자시사와 오후 12시 30분 공식 기자회견, 이창동 감독이 포함된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이 열려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기자시사 후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은 '업'의 제작자이자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수장 존 라세터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가장 고대하는 것은 개막작을 보기 위해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 입고 온 관객들이 거대한 극장에서 모두들 3D 안경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관광객 수와 개막작이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점 등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직전 레드카펫 주변은 발디딜 틈도 없이 인파로 가득 찼다. 영화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레드카펫에 오른 할리우드 스타라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하얀 마녀 역으로 유명한 틸다 스윈튼과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뱅크스 등에 불과했다. 이자벨 위페르, 서기, 아시아 아르젠토, 이창동 감독 등 심사위원단과 존 라세터, 피트 닥터 감독 등 개막작 관계자들이 수퍼스타들의 빈 자리를 채웠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관광객 카트린 투르뇌 씨는 "경쟁작인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러한 기대는 공식 상영이 있는 20일로 미뤄야 했다. ◆ 심사위원 이창동 감독 "국적 잊고 심사" 개막식 전 이뤄진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발언이 박수를 받았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대한 질문에 이 감독은 "칸에 있는 동안 내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영화'다"라고 간단히 답변했다. 이 감독은 공정성을 의식해서인지 이후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최대한 말을 아끼며 자리를 피했다.
칸영화제는 14일(현지시간)부터 스무 편의 경쟁작을 상영하며 본격적인 축제를 시작한다. 경쟁작 중에는 중국 로우 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Spring Fever) 기자시사가 13일 오후 7시 처음으로 열렸다. 시사 후 기자들은 대체로 감독의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영화에 이어 14일 오전 8시 30분 프랑스 여류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피시 탱크'(Fish Tank)가 경쟁작 중에서는 첫 공식 상영을 갖는다. 올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켄 로치, 라스 폰 트리에, 쿠엔틴 타란티노, 제인 캠피언, 이안, 알랭 레네, 미카엘 하네케, 가스파 노에, 차이밍량, 박찬욱 등 내로라 하는 유명 감독들이 대거 초청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한다. ◆ 경기 침체로 축제 분위기 가라앉아 공식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쥐' 외에도 공식·비공식 부문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총 10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된다. 8편이 초청됐던 2005년보다 2편이 더 많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국영화는 영화제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첫 번째 주말(15, 16일)에 상영이 집중돼 기자들과 일반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박쥐'의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김옥빈은 13일 오후 칸에 도착해 짐을 풀고 14일부터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유럽과 아시아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경쟁부문의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관계자들이나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전세계 경기 침체가 칸영화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참가자 수는 작년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명 잡지 '배니티 페어'는 올해 파티 개최를 취소했고 각종 공식 파티의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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