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순방 동행' 황석영 '욕먹을 각오돼 있다'

13일 카자흐 현지 간담회...'대북문제, 내년 상반기까지 고비'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석영 씨는 13일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가 할 역할이 없다. 내년 상반기까지 고비"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황 씨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PSI 문제를 현 정부가 대단히 전향적으로 유보한 것은 참 지혜로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특별수행원으로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한 것과 관련, "욕을 먹을 각오가 돼 있다"며 "젊을 때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다 대응했는데 이제 나잇값을 해야지. 큰 틀에서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는 "일부에서 보수우익으로 규정하는데 스스로 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한다"면서도 "취임 이후 촛불시위라든가 자기 정신을 정립해나갈 기회가 없었다. 일일이 예를 들지 못하지만 1년 동안 정신이 없었고 꼬였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도적인 것을 통해 선진 정치로 갔으면 한다"며 "영호남 토착세력을 각각 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따지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서울에서 약진해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 진보"라고 평가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제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같은 부분이 있다"며 남북한·몽골·중앙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알타이 문화연합론'을 언급했다. 황 씨는 "식자들 간에는 정말 어느 진영이나 계층을 막론하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10여 년 전부터 '몽골 플러스 투코리아' 논의가 이야기됐다"며 "작년 가을부터 접근이 이뤄졌다. 대통령과도 몇 차례 뜻도 나누었다"고 밝혀 이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특히 지난 정부의 한중일 균형자론를 예로 들며 "별로 실속이 없었고 우리 자신을 과대평가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그렇다면 눈을 돌려 몽골·중앙아시아를 형성해놓고 동북아 문제를 차후에 또는 거의 동시에 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북한의 서바이벌 게임에 시달리면서 갈 것이냐"고 거듭 반문하며 "몽골 플러스 투코리아는 과거 문익환 목사와 제가 방북에서 이야기한 느슨한 연방제로 갈 토대는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뜻을 묻는 질문에는 "원래 그 생각은 지적소유권이 자기한테 있다고 했다"고 소개하며 "서울시장 때도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놓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이 우파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한 것이 다소 어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2005년부터 중도론을 이야기했다"며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진보·보수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좌파는 핀란드 보수와 같다"는 유명 토크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을 예로 든 뒤 "말하자면 좌파의 50% 이상을 북한이 가져갔다. 지난 정권을 좌파라고 하는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FTA 체결 강행 등 여러 정책으로 봤을 때 그게 어디 좌파냐"고 반문하고 "좌우를 가르는 것이 우습다. 준비가 안된 좌파, 우파 정권이 서로 줄세우기를 하고 계속 이런 식으로 갈 것이냐. 소모가 심하다"고 우려했다. 황 씨는 미국이나 유럽 좌파의 변화를 언급하며 "전세계적인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은 고전적인 사회이론의 틀로는 설명이 안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한국 자본주의가 분단된 상태로는 2만불이라는데 나는 전국민이 턱걸이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한계가 2만불이라고 본다. 성장 동력이 어디서 나올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지만 거기에 몽골이 있다면 이게 가능한 꿈이다. 동몽골이 비옥하다. 한반도의 배가 되는 400만 헥타르다. 엄청난 지역을 같이 개발하자는 것이다. " 그의 설명은 동몽궐 개발을 매개로 ▲ 우리 주도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변화 견인 ▲ 북한과의 평화조약 및 불가침 조약 ▲ 군 병력의 몽골개발 투입 ▲ 저탄소 녹색성장에 걸맞은 청정에너지 생산 등의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 황 씨는 "그렇게 되면 중앙아시아까지 벨트가 이어진다. 그런 꿈을 꾸고 크게 보자"고 밝혔다. 한편, 황 씨는 용산참사와 관련,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면서도 "해외에 나가 4년 살면서 광주사태는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유럽도 다 겪었다. 영국에서는 대처 시절는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40명의 광부가 죽었고 불란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큰 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아마 변화 없이 내년 상반기까지 가면 할 일 없다고 본다. 남북대화를 내년 상반기까지 못 풀어내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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