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건물은 모두 금연구역이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더 청승 맞다. 편하게 피울 수 있던 식당도 재털이 심부름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금연만이 살길이다. 하지만 의지부족 탓인지, 방법이 잘못된 건지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에 자신감마저 떨어진다. 금연이 어려운 당신, 약의 도움을 받아 볼까? 확실히 끊을 수만 있다면야 뭐든지 하겠지만 '금연약' 정말 효과는 있는건가?
◆'전문 금연약' 속속 등장
가짜 담배 금연초, 니코틴을 몸 속에 넣어주는 패치나 사탕. 이런 제품들을 흔히 '금연보조제'라 부른다.
금연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금연보조제'가 어떤 방식으로 금연을 유도하는지 대충 안다. 금연보조제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그렇다 치고,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금연보조제의 '단순한 금연 보조방식'에 코웃음 칠 수밖에 없다.
"흡연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과 습관의 복합체인데 단순히 니코틴 넣어준다고 끊어질까."
그래서 금연치료제라 불리는 전문의약품에 관심이 간다. 흡연욕구를 관장하는 뇌 속 어떤 기능을 통제함으로써 담배생각이 나지 않도록 '뇌를 조종하는' 약들이다. 말 그대로 좀 더 '세련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문 금연약은 두가지 종류가 시판 중이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란 평가를 받는 '챔픽스'와 또다른 금연약 '웰부트린'이다. 웰부트린은 최근 국내 회사가 복제약을 내놔 총 3가지 제품으로 늘어났다. 모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정말 잘 끊어질까?
우선 효과를 살펴보자.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의 경우 12주 코스로 약을 먹는데, 4주 시점에서 금연성공률은 55.9%였다(성공률은 연구에 따라 다소 다름).
같은 연구에서 니코틴 대체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43.2%였다. 이 사람들을 1년 동안 추적 관찰해보니, 여전히 금연을 유지하는 비율이 챔픽스 26.1%, 니코틴 대체제 20.3%로 나타났다.
당초 우울증약으로 개발됐다가 금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웰부트린(부프로피온)도 비슷하다.
7주 코스를 마치고 1년 후 금연성공률은 30.3%다. 같은 연구에서 가짜약을 복용한 그룹은 15.6%, 니코틴 대체제는 16.4%를 보였다. 니코틴 대체제와 웰부트린을 함께 사용하면 35.5%로 좀 더 올라간다.
위 수치들은 두가지 약을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약의 효과가 더 좋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핵심은 이런 약을 사용할 경우 최소한 니코틴 대체제보다는 금연율이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효과까지는 주지 못한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비싼 게 다소 흠.. 부작용도 고려해야
전문 금연약을 복용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두가지 측면이 있다.
첫번째는 가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다소 비싸다. 챔픽스 12주 코스에 약값만 30만원 정도 든다(진료 및 처방료 별도).
웰부트린 7주는 10만원 내외다. 웰부트린과 같은 효과를 내는 국산 복제약 니코피온은 좀 싸 9만원 정도다.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반대로 이 정도 금액 정도는 투자해야 '본전' 생각 때문이라도 금연의지가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작용도 고려대상이다. 챔픽스나 웰부트린 모두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인 만큼 정신과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챔픽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인데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진다. 정신과적으로는 수면장애가 가장 흔하다. 불면증이나 괴이한 꿈을 꾸는 식이다.
좀 더 심각한 경우는 드물게 자살을 시도하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웰부트린도 부작용 측면에서 챔픽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금연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이런 부작용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은 의지, 약은 약간 도와주는 도구일 뿐
니코틴 중독을 해결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챔픽스, 웰부트린의 개발로 진일보 한 게 분명하지만, 금연을 개인의지의 분야에서 완전히 탈피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에서 제시되는 성공율 역시 임상시험에 참가할 정도로 '제대로 결심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마치 약만 먹으면 큰 힘 들이지 않고 금연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시중에 퍼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약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금연하겠다는 결심을 뭐라할 이유는 없으나,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욕구와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면 금연약은 당신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잠자리마저 방해하는 값비싼 방해꾼에 불과하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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