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 좋은 것이 미국 경제에도 좋다'. 제너럴모터스(GM)의 사장이었던 찰스 어윈 윌슨이 1952년 국방장관에 발탁되면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GM은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기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는 미국 중산층의 안정적인 삶과 자본주의의 승리를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GM이 자리했다.
GM은 수차례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을 겪은 지난해에도 148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2007년과 비교해 18.3% 하락한 것이고 영업이익 역시 마이너스 308억 달러에 달해 속은 곪을 데로 곪은 상태다. 포천지는 GM이 내년에도 리스트에 올라올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해 암울한 앞날을 예고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GM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봤다.
◆GM, ‘온탕 속 개구리’ 신세
GM의 역사는 1904년 미국 플리트 시에서 마차제조업을 하던 윌리엄 듀런트가 쓰러져가는 뷰익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올즈, 캐딜락, 오클랜드 등을 차례로 합병하며 오늘날 GM의 기반을 다졌다. 미국 자동차가 전성기를 누리던 50~60년대에는 그야말로 ‘GM 천하’였다. 플린트 시에서는 노동자 10만 명(현재 7000명)이 일했고 미국 자동차 시장의 60%(현재 19.5%)를 점유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도취한 GM은 따뜻한 물 안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온탕 속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GM은 시대에 따른 기업 컨셉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GM은 파격적인 연금제도, 복지혜택 등으로 유명한 회사다. GM이 새로운 복지제도를 발표할 때 마다 언론은 ‘모범 우량 기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GM의 직원들은 30년만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고 안락한 은퇴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노조는 강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미국인들이 선택한 것은 ‘선량한 업체’가 아닌 ‘싼 값에 좋은 제품을 만드는 업체’였다. GM은 높은 고정비로 인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기 어려워졌고 이는 도요타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소형 자동차, SUV붐에 편승한 고수익에 안주한 결과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는데 실패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이밖에도 금융사업 부문의 비대화, 델파이사의 파산, 시너지효과 없는 인수합병 등이 이어지면서 GM은 미국인의 자긍심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당기간 고전.. 중국 대안시장으로
이제 GM은 마지막 결단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미 정부는 GM 채권단에게 270억달러의 무담보 채무를 10%의 보통주 지분과 맞바꾸는 출자전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채권단이 이를 거부할 경우 GM은 파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GM은 다음달 1일까지 최종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CNN머니는 GM의 빠른 파산을 위해 450억 달러의 연방정부세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공장 폐쇄 등을 위해 향후 24~30개월간 240억 달러의 세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GM이 파산했으니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가능하다는 우려감도 시장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비스 차질 등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외면 때문에 판매와 점유율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GM이 기한 내 노조 및 채권단과 합의를 이뤄 파산을 면하게 되더라도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크게 축소된 데다 일본, 한국 자동차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상당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GM이 중국을 겨냥한 초저가 자동차를 개발하고 미국 내 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중국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해 GM의 국내 판매는 45% 줄어든 데 반해 중국 판매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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