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택시에서도 '청혼 이벤트'가 가능하다. 도로 위가 아닌 물 위를 달리는 택시라면 말이다.
한강 수상택시 여만구 선장은 24일 "수상택시에서 청혼 이벤트를 하는 고객도 있는데, 이 때 배 안을 꾸며드리면 무척 기쁘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수상택시는 지난 2007년 10월 첫 운항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육지와의 연계 교통수단이 딱히 없어 관광용으로 말고는 이용 가치가 적다는 이유였다.
여 선장도 다소의 불편함은 인정했다. 그는 "선착장과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신 분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여 선장은 그러면서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수상택시 고유의 재밋거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벤트'다.
여 선장은 "가끔씩 택시를 통째로 빌려 청혼이나 프러포즈 이벤트를 준비하시는 고객이 있는데, 그럴 땐 고객과 함께 택시 실내를 꾸민다"며 "밤에 한강 다리에 불이 켜지고 주위 건물이 불을 밝히면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수상택시가 '이벤트용'으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수상택시를 고정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는 서울 시민도 제법 많다.
여 선장의 경우 평일에는 10회 이상, 주말엔 20회 이상 운항을 나가는데, 특히 평일의 경우 대부분이 '출퇴근' 운항이다. 현재 모두 10대 가량의 수상택시가 운용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회수다.
그는 "정기권을 구입해 출퇴근 때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 집을 나와 회사 정문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수상택시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수상택시를 애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도심 한 가운데서 맛보는 청량감과 상쾌함이야말로 수상택시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다.
여 선장은 "공해가 심각해 서울 도심 어디를 가든 답답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이른 아침이나 저녁 때 수상택시를 이용하면 청량감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또 "머지않아 인천공항까지 수상택시 운항이 가능해질 예정"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수상택시를 이용하게 될 것이고 수상택시의 실효성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수상택시가 운항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저런 부정적인 지적들이 많았다. 그런데 만약 정말 문제가 심각했다면 진작 사라지지 않았겠느냐"며 "(수상택시를)서울의 자랑이자 명물이라고 생각하고 꼭 한 번씩 이용해 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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