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에게 4월은 올해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지 모른다. 올해 1분기 내내 극심한 내수침체로 마음고생을 한 자동차 업계가 이달들어서는 갈팡질팡하는 정부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조까지 더해지면서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사실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현대차도 연초 일 평균 계약건수가 3600여대 였던 것이 최근에는 2200여대로 눈에 띄게 줄었으니, 여타 후발업체 성적표는 굳이 들쳐보지 않아도 될 터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 자동차 축제인 서울모터쇼는 최악의 상황에서 참담한 흥행 실패가 예고됐었다.대회 전 서울모터쇼 조직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회에서 큰 폭의 적자가 날까봐 우려스럽다"며 "국제공인 모터쇼 위상에 걸맞는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라야하는데 일부 수입차 업체의 불참 결정이 참 유감스럽다"며 날을 세울 정도였다. 모 업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버틸 수 없도록 하겠다는 엄포까지 전달되기도 했다.그러나 기대 이상의 호응으로 국내 완성차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마니아에게 이번 행사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 대회 못지 않은 96만여명이 방문해 평년작 성적을 거뒀고, 월드프리미어 신차(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완성차)도 기아차 쏘렌토R, 르노삼성 뉴SM3 등 네가지 모델과 더불어 각종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와 콘셉트카가 축제분위기를 이끌어냈다.자동차 세계역사관, 부품 체험관, 자동차 미래관 등 다양한 테마가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이해를 높여 어느때보다 질(質)에 대한 고려가 깊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BMW와 닛산 관계자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경쟁업체의 마케팅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레이싱 걸을 앞세운 단순히 보여주기 행사를 떠나 해외 모터쇼와 같이 제품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 구성도 먹힐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업계 관계자들이 얻어낸 소득이다.소비트렌드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고객이 접촉할 수 있는 이벤트는 필수적이다. 시장이 위축된다고 이를 살리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생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오늘따라 퀸의 히트곡 'The show must go on'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돈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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