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휴식기, 양적완화 정책은 유지될 듯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했다. 지난달에 이은 연속 두 번째 동결이다.
이는 경제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3.9%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월 4.1% 상승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하고 국고채 발행계획까지 내놓은 만큼 한은이 그에 부응하는 국고채 직매입 등 양적완화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기조가 끝난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이미 한은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수준의 금리에 다다른 만큼 추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추가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금융상황 나쁘지 않다 =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침체상황이 여전하지만 금융상황이 우려했던 것보다 완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하반기 추가로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 대비해 카드를 아껴두자는 속내도 있어 보인다. 전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기존 -2% 성장전망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한 발언도 최근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원·달러환율이 최근 1300원대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일종가는 1354.50원. 지난 3월초 기록한 1597.00원에 비해서는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코스피지수 또한 최근 1300포인트를 회복한 바 있어 올 초 1000포인트를 위협하던 상황에 비해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가 연초나 3월초에 비해 많이 완화됐다”며 “당장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간 상무도 “그간 많이 내렸다는 점과 함께 경기하강 속도가 잦아들고 있어 그간의 통화정책에 대한 효과를 지켜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양적완화 정책 나올까 = 이번 금통위의 최대관심사가 양적완화 기대감이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직매입 등 보다 구체적인 안이 나와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보수적인 견지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스탠스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임지원 상무는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하고 자금흐름이 막혀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진일보한 언급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금리를 동결한 마당에 양적팽창 정책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국고채 단순매입 정도는 원론수준에서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원 삼성증권 파트장도 “양적완화에 대해 지금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국고채 직매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는 수준의 발언 정도일 뿐 당장 실행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즉 국고채 직매입은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실제 국고채입찰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효찬 수석연구원도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한다면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압력이 여전하고 정부와의 조율 문제도 있어 한은의 언급이 원론적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금리인하 언제까지 =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최석원 파트장은 “실물부분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고 장기적인 경기전망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굳이 금리인하 종결 시그널을 밝힐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지원 상무는 “각종 경제지표가 더 악화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기준금리 인하 또한 사실상 종결됐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전문가는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한은이 용인할 수 있는 최저치”라며 “추가 하락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언급이 나오더라도 사실상 인하기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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