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天命 편’에는 子왈,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이니라”(하늘을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중력을 거슬러서 지구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초속 11.2㎞의 탈출속도가 필요합니다. 북한은 지금 이 기술을 독자 개발해 세계에 과시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인데 망하기는커녕 그 실패한 불장난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목표는 동쪽인데 겉으로 서쪽을 치는 척하며 위장된 기동력을 동원하는 전술을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합니다. 로켓은 벌써 사라지고 없는데 없어진 로켓을 두고 천하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연일 백가쟁명(百家爭鳴)하는 걸로 보아 뭔가 있긴 있는 듯합니다. 미국이 특히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의 발사의도가 무엇이고 미국이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새삼 우리나라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비상하는 로켓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무력감을 실감했지요.사실 현실적으로 아무런 군사위협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로켓발사를 미사일발사라고 규정하는 미국의 태도는 방치하면 세계평화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중국과 러시아가 보기엔 그건 미국만의 억지논리라고 판단해 유엔안보리에서 미국에 동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미·일·중 대 중·러·북 6자 간의 이해문제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여태껏 미국주도로 진행됐던 6자회담이라는 모임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북한에게 끌려 다녔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시적인 평화를 조건으로 금강산과 개성관광 등 외화벌이 기회를 주었던 실패한 햇볕정책이 있었다면 ‘6자회담’은 핵개발을 유예하는 대신 당근을 주고 적당히 무마하려했던 글로벌차원의 햇볕정책에 해당됩니다. 북한은 차제에 핵보유국이자 미사일대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굳혀, 국제적으로 G20국가의 일원이 된 한국의 국력신장에 대응하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하고 로켓을 발사했다는 북한의 야심찬 성명을 듣다보니 공교롭게도 2012년은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대선이 있는 해란 생각이 듭니다. 하필 그 시기를 택하여 강성대국이 되겠다고 한 것은 결국 이명박정부와는 끝까지 첨예하게 대립해 다음 정권창출에 모종의 북풍(北風)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기산업을 국책사업으로 선택한 북한의 위험한 도박에 비하면 태평양에 분리되어 떨어진 빈 로켓연료통을 서로 먼저 수거하려는 미·일 두 경제 강국의 경쟁이 참 초라해 보이지 않습니까. 국제사회가 북한에 할 수 있는 수단은 북한금융계좌의 동결이나 일부 규제품목의 대북수출금지, 대량살상무기 선적이 의심되는 북한선박의 수색이 전부입니다. 북한이 이런 수순의 조치들을 예상하지 않고 로켓을 발사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오산입니다.그들은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대외적으로 소위 ‘북한우주과학의 진일보’란 모험을 선택했다고 봅니다. 지난 몇 해 동안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로 국제사회의 동정을 받던 빈곤국가의 이미지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실험입니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힘들기로는 미국도 오십보백보 아닙니까?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할 때 미 공군은 한 발에 100만달러(당시 10억원)나 되는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상에는 100만달러짜리 목표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렇게 치른 전쟁비용의 상당액을 우방국들이 부담한 것도 공지의 사실입니다. 허나 아프간은 아직도 정권이 안정되지 못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될 국제문제로 거론할 정도로 심각한 전장으로 남아있습니다.뿐만 아니라 2003년 이후 이라크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대가로 지출하는 전쟁비용은 가히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이라크에 평화가 정착된 것도 아닙니다. 4000명이 넘는 미군병사들을 희생하며 치른 전쟁과 북한이 몇 년 만에 한 차례씩 5억 달러를 들여서 로켓실험을 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북은 국가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는 전체주의 정권입니다. 북의 최고 권력자는 호칭부터 국방위원장으로, ‘先軍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군대가 먼저인 이런 나라에 인권을 권고하고 평화를 말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죠. 북한의 유엔대표부 한 직원은 “모든 나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해서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말하는 평화와 미국이 말하는 평화가 단어는 같은데 지향점은 다릅니다. 유엔결의 1718호를 보는 북한의 시각은 단호합니다. 강대국들이 다 개발한 전력을 다른 나라들이 못 갖도록 하는 부당한 규제라고 보는 거죠. 우리 일반 국민들 정서도 당장 서해안 꽃게잡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고, 금강산관광을 계속하고, 개성공단이 잘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서울을 초토화시키려면 미사일 사정거리가 300㎞만 되면 충분한데 3000㎞를 넘게 날아가는 미사일이 무슨 위협이 된다고 생각할까요. 슈퍼마켓마다 라면도 쌀도 양초도 그대로 있는 게 그 반증입니다. 적어도 북의 미사일보다는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된 석면을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 대한민국 현실임을 미국만 모르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정면대결도 못하는 우리 국방부보다는 시민들은 식약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제사회에 공공연히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북한과 미국이 각기 겨냥하는 목표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PSI 전면참여라는 뜨거운 감자를 받는 순간 대북 행동반경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PSI란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의심되는 선박 등을 육·해·공에서 검색 및 나포할 수 있는 군사 작전입니다. 북한이 그거 그냥 뺏기고 말 집단인가요. 그걸 구실로 국지전을 벌인다면 남과 북 중에 누가 더 방어에 유리한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도곡동의 양재천을 향해 단 한발만 쏘겠다고 엄포를 놓더라도 우리정부가 당장 무슨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아참! 그때를 대비한 민방위 훈련이 있긴 하네요. 시사 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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