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샐러리맨들에게 '대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스톡옵션이 최근들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더구나 증시 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최근의 상황에서 스톡옵션은 CEO등 경영진에게는 책임경영의 부담만 더해질뿐이고 일반 임직원들에게는 허울만 좋은 훈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상장 기업들에게 스톡옵션 반납이 유행처럼 번질 전망이다.
◆여론 무마용 포기?=지난 22일 는 임원회의에서 경영진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받은 스톡옵션을 전량 반납키로 결정했다. 경기불황을 타개하고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을 위시한 금융권의 과도한 임금과 복리후생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 대한 무마용 성격이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신입사원 초봉을 삭감하고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밀어부치는 정부시책에 나름 행보를 같이 하려는 고육지책으로도 평가된다. 결국 정부 눈치보기와 여론무마를 하면서도 포기한다고 별반 손해볼 일이 없다는 점에서 스톡옵션 반납을 결정한 셈이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급락하면 있으나마나 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은행권이 위험한 자산관리로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연봉과 함께 경영진이 과도한 인센티브를 챙겨 모럴 해저드(moral hazardㆍ도덕적 해이)의 중심이 됐다는 비판에도 지난 17일 상당량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라응찬 회장(3만5000주)등 총 107명의 지주회사 및 자회사 임직원에게 모두 61만4735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배짱(?)을 보였던 것.
라 회장을 비롯한 신한지주 임원, 사외이사, 그룹 본부장 등은 과거에 부여받은 스톡옵션도 현재 주가 하락 때문에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2006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 329만6200주의 행사가격은 3만8829원으로 현재 주가 2만5100원보다 1만원 이상 높다. 어차피 행사하지 못할 바엔 깨끗이 포기함으로써 따가운 여론의 화살이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신한지주가 앞서 최근 부여한 스톡옵션을 취소함에 따라 다른 금융사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신한지주 외에도 외한은행이 서충석 부행장 등 경영진 14명에게 총 49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바 있고, KB금융지주도 오는 27일 주총에서 성과연동 주식(스톡 그랜트) 3년치(2008년 9월~2011년 9월) 총 25만주를 지급 한도로 정할 예정이다. 이 사례들은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 사례로 계속 회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사와 목표미달 등 외생적 변수로 인해=경기부진으로 코스닥 임직원들의 이직과 퇴사 등이 빈번해 진 것이 최근 스톡옵션 취소 증가의 주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셀트리온이 직원 1명에 대한 스톡옵션 4315주를 취소한다고 공시하는 등 DK유아이엘, 엔이씨, 엔터기술 등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일이 많아지면서 스톡옵션 취소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또 임직원 입장에선 손해볼 일 없는 스톡옵션 포기지만 기업 입장에선 스톡옵션 포기가 장부상으론 남는 장사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기업은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그 가치를 산정하는 모형에 의거해 그 가치를 비용으로 계산한다. 직접 비용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스톡옵션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매 회계연도 비용으로 계산된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이 비용이라도 절감할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임직원들의 자진 포기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코스닥 기업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포기는 주로 이런 이유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이 평가를 통해 실적 목표치를 달성 못한 임원들에게 스톡옵션 부여를 취소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12일 Fnc코오롱의 사례가 대표적. FnC코오롱은 지난 2006년 이후 스톡옵션 부여 시,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일정 부분의 스톡옵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코오롱건설도 지난달 24일 임원 평가에 의해 임원 4명에 대한 스톡옵션 총 6588주 부여를 취소한 바 있다.
◆용어설명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수량의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 스톡옵션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오롯이 권리만 있는 제도다. 주식이 스톡옵션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행사자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인 제도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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