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비정규직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비정규직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일하고 싶을 뿐" "씻지 못할 악법을 당장 거둬들여라" 16일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규탄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광화문 청사 앞에 모인 비정규직자들의 눈빛은 절실했다. 짙은 황사로 뿌연 하늘은 마치 앞길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했다. 이 자리는 당초 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할 예정이였지만 지난해 9월 비정규직을 불법파견하고 집단해고 시킨 강남성모병원에서도 갑작스럽 기자회견이 열림에 따라 일부 비정규직자들과 민주노총 비대위원, 관련 산별대표 등 30여명만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임성규 민노총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장기적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오히려 내수시장을 강화시킬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정확한 실업통계와 비정규직 실상에 관한 자료들을 가지고 비정규직법 개정을 얘기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희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개탄스럽다"며 정부의 입법예고 강행에 대해 착찹한 심정을 여실없이 드러냈다. 이 위원장 직무대행은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해고 자유기간은 그만큼 더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며 "노동자들의 고통을 안다면 정부는 당장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방법부터 강구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7월 97만명이 한꺼번에 해고될 것이라는 '대량 해고설'을 유포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대한 불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편 오늘 이 자리에는 서울소재 M대학에서 비정규직원으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한 대학노조위원이 참석, 비정규직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줬다. 그는 "제가 일하던 대학에서는 지난 8월 비정규직원이 40명 해고 당한데 이어 올 2월 95명이 강제해고 됐다"며 "학교는 재정악화니 규모의 슬림화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비정규직자들을 사람취급 하지도 않았다"며 "비정규직이 해고로 가는 것은 정석"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런 자리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수줍게 얘기하던 그는 "비정규직자들도 인간답게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해 애절함을 느끼게 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안을 전달하기 위해 국무총리실로 향했다. 민노총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총리실에 서안을 전달하려 노력한 바 있지만 '여기 왜 가져오냐' '주무부서는 노동부'라며 거절한 적 있다"며 "오늘은 어떻게든 전달하고 올 것"이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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