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대표적인 보수 지식인으로 꼽히는 이문열 작가가 현 정치상황에 대해 소수의 '구조화된 불복'으로 다수결에 의한 통치권이 '불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수결에 의해 여당에게 넘긴 입법권도 완강한 불복의 구조에 걸려들어 무력화 됐으며, 검찰의 기소권과 법원의 판결권까지도 '촛불'의 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이문열 작가는 19일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강연에서 "오랫동안 은밀하게 우리 대의민주정의 지반을 침식해온 직접 참여의 유혹과 대의제 다수결에 대한 의심은 이제 불복의 구조화로 자리잡았다"고 언급했다.
이 작가는 과거 정치역사를 언급하며 "권위주의 체제의 반사이익으로 우리 시위문화는 때로 정의까지 독점하며 더욱 활성화됐다. 거기다가 때맞춰 나타난 '인터넷광장'은 소수의 억눌려 있던 직접참여의 욕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여론 형성에 대해 "일찍이 우리 경험에서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와 착시를 활용한 여론조작과 다수위장은 '집단지성'이라는 허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다 섬뜩한 것은 대의제의 다수결에 대한 불복의 구조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패배한 소수들일수록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신하고 누구나 한 표씩 행사하는 다수결을 부당하게 여긴다. 특히 일부 사람들은 다수당의 정책방향이 자신의 그것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불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터넷광장의 착시형상은 소수를 다수로 보이게 하고 익명성 뒤에 숨은 조작은 터무니없는 소수에게 대표성을 안겨주어 다수로 혼동하게 만든다"고 이 작가는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광장을 통해 불려나온 촛불시위 군중도 마찬가지"라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다수가 아니라, 대선 불복세력이 그 사안을 계기로 한곳에 모여 다수를 조작했다"고 폄하했다.
이 작가는 "우리사회에는 불복이 정교하고도 견고한 구조로 자리 잡았다"며 "촛불마당은 상시적으로 열려있고 구실만 생기면 자동적으로 작동해 불복의 카르텔은 서로가 서로를 부추기며 지켜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불복의 대상은 이 정권이 아니라 이 나라 헌법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라고 애써 결론냈다.
한편 그는 불복의 구조화 해소방안으로 '국민통합'과 '불복세력의 자제'를 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권은 대의민주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체계를 수호할 효율적인 수단과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의민주제가 이미 용도 폐기된 정체원리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헌법 개정으로 자폭하고 새로운 헌법체계에 따라 형성된 정권에게 모든 것을 이양하는 것도 해볼만한 결단이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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