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풍선효과는 옛말'...부동화 현상 심화

‘풍선효과’ 옛말…예치은행서 낮잠

지난해말부터 풀리기 시작한 토지보상금이 부동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으로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권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어 주목된다. 통상적으로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주변 부동산시장을 자극, '풍선효과'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자금이 몰려 있는 상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땅에서 생긴 돈'을 땅에 재투자해야할지 판단이 서지않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문정지구, 신내지구, 위례지구, 회천지구, 향동지구, 마곡지구, 동탄지구 등 수도권의 주요 개발지역 7곳에서 최대 17조원의 토지보상금이 쏟아진다. 연말까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와 한국토지공사가 올 들어 서울 마곡지구와 위례 신도시에서 약 3조원의 보상금이 풀린다.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1분기에만 10조원이 풀린다. 지난해말부터 현재까지 풀린 돈의 규모는 총 5조원을 넘는다. 이에 따라 금융권도 보상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2006년만 해도 전체 보상금 6조6508억원의 37.8%가 부동산에 재투자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재투자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마곡지구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마곡지구에서 막대한 보상금이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인근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 부동산 거래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거래가 없다. 너무 조용하다"고 전했다. 마곡지구 보상금 예치은행인 강서농협에는 SH공사가 1월말현재 1200억원을 넣어뒀다. 하지만 이곳에서 300억원만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뿐이다. 위례 신도시 예치은행인 성남농협과 한 시중은행에도 입금액 각각 1400억원, 1300억원 중 900억원, 1000억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처럼 보상금이 인출돼서 다른 곳에 유입되지 않고 대부분은 예치은행에 그대로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상 토지주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농협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다 보니 토지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돈을 꺼내가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보상금이 부동산으로 재투자돼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하면 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토지시장과 주택시장에 대한 보상금 유입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는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경기가 회복되면 토지보상금은 다시 토지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으로 돈 번 사람은 그 매력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상금 일부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상품과 우량 회사채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성공했는데 이는 토지보상금 효과로 보인다"며 "보상금의 부동화 경향은 소비 및 자금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수 기자 kjs@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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