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 이사회 파워 세졌다

국내 증권가도 바야흐로 이사회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증권사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들어 이를 분리하는 증권사들이 속속 나오면서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13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대우 교보 SK 현대 동양종금 키움 대신증권 등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조만간 이를 분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CEO와 이사회 의장을 처음으로 분리한 SK증권 관계자는 "그룹 내 최초로 투명 경영과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획기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했다"며 "CEO에 대한 견제와 상호 협력이란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SK증권의 이사회 의장은 김우평 씨로 SK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대증권 측은 "실제 업무 집행은 CEO에 맡기고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이사회 의장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맡아 책임 경영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기업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있다"며 "선진지배구조를 정착시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CEO를 새로 선임한 도 기존 대표인 유창수 부회장을 오는 5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 선임할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아니지만 외국 기업의 추세도 그러하고 증권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전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우리투자증권 한화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여타 국내 증권사는 CEO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통법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과 통일성 있는 일관된 정책 집행을 위해 업계 내 최장수 CEO인 최현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ㆍ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집행 기관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업무를 '감시 견제하는 눈'으로 통한다. 증권사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효과 차원에서 해외 선진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센터 출신의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외국의 거래소를 예로 들면 CEO와 이사회 의장이 대부분 분리 운영되는 시스템인 반면 우리나라는 자산 규모가 큰 일부 기업과 오너가 지배 구조 인식을 지닌 경우를 제외하곤 거래소를 포함해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국가에 속하는 홍콩의 경우를 살펴보면 의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상장사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이 제도적으로는 합리적이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바로 우리나라 사외이사 선임 제도의 고질 병폐 때문이다. 이맹기 한국예탁결제원 감사는 "분리 여부를 떠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독립성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엔 오너는 물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부분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일부 도입된 선진 제도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가 있다"며 "사외이사 중 책임자를 따로 두고 이사회가 열리기 전 이슈를 논의하는 등의 방식인데 현 시점에선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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