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의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값이 지난해 7월 기록한 최고치의 절반 이하로 급락했지만 국내 휘발유값 하락폭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최근들어 휘발유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업체들의 폭리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휘발유값이 지난해 기록한 최고치 배럴당 139.26달러(7월 셋째주)에서 최근 52.34달러(1월 넷째주)로 62.4% 하락했다.
반면 국내휘발유값은 최고치 리터당 1948.72원(7월 셋째주)에서 1422.77원(1월 넷째주)로 2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제석유제품가격에 연동되는 국내석유제품가격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두고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락폭의 비밀은 세금구조에 있다. 같은 기간 세금을 제한 국내휘발유값은 리터당 986.65원에서 491.68원으로 50.2% 하락했다. 그동안 환율 오름폭을 감안하면 국제석유제품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국내휘발유값은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서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한꺼번에 약 83원이 올랐다. 그리고 현재 휘발유값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5.4%다. 때문에 정유사에서 휘발유값을 10% 내린다해도 전체 휘발유값은 3.46% 하락하는 데 그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4분기 4개 정유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폭리라는 얘기까지 듣는 건 억울하다"며 "유류세를 내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경기부양을 위해 세수를 거둬들여야하는 정부 입장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의 기름값 급등이 '일시적 현상'인 만큼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유가상승이 '소비위축→수입감소→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흑자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물가 상승세가 워낙 두드러져 물가관리 차원에서라도 유가급등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지만 올들어 1월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7%에 그치며 10개월만에 다시 3%대로 떨어지는 등 물가관리 부담이 줄어든 것과 최근 유가상승이 휘발유에 국한돼 있다는 점 또한 정부가 기름값 상승을 '방치'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1월중 일반 화물차, 영업용 택시, 장애인 차량등에 사용되는 경유와 LPG는 전월대비 각각 0.6%, 22.8%나 내렸다. 저소득층의 난방용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등유도 7.9%나 떨어지는 등 1.5%가 오른 휘발유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편성을 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텐데 기름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다시 유류세를 낮추면 재정적자가 지나치게 커진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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