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수 사장 '돈되는 신약개발.. 수출중심 제약사로 재도약'

<strong>[아시아초대석]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 2015년까지 신약, 수출 등 가시적 성과 줄줄이 대기 약가규제 완화·BT 산업 육성 등 정책적 지원 필요 [대담= 이진우 중기벤처팀장]</strong>
"10조원 남짓하는 국내시장에서 누가 먼저 1조원을 달성하느냐, 몇 위를 하느냐 식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스피드 경영'으로 고성장을 실현해 온 한미약품의 최근 화두는 단연 '수출'이다. 그것도 가장 초기 모델인 원료의약품 수출이 아닌, 완제품과 제약 강국으로의 직접 진출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2006년 한미약품에 합류한 장안수 사장이 있다. '속도'의 시대를 넘어 한미약품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그를 서울 방이동 한미타워 17층에서 만났다.   한미약품은 대표적인 2세대 제약사다. 창립 36년 '청년' 제약사가 70,80년이 넘은 선배들을 제치고 업계 2, 3위를 다투고 있다. 그 간의 성장동력은 속도였다. 빠른 신제품 발매, 의사결정, 실용적 연구개발은 한미약품을 2000년 이후 가장 주목받는 제약사로 만들었다. 이런 한미약품을 경쟁사들은 부러운 시선 혹은 질투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봤다. 일부에선 "신약에는 관심이 없고 복제약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까지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미약품은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자체 신약개발 성과가 아직 없다는 사실은 어쨌든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그리고 2000년부터 심혈을 기울여온 첫번째 신약이 드디어 제품화 단계에 이르면서 회사측의 기대감도 커졌다. "모든 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에소메졸이란 약을 미국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4월 미국 FDA 허가신청 이후 2010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10%만 잠식해도 4000억원을 파는 거지요." 실제 한미약품이 제시하고 있는 수출, 신약개발 계획을 살펴보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시기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란 이야기다. 수출 측면에서 지난해 75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2009년에는 1억 달러를 자신하고 있다. 무기는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제품들이다.
비만약 '슬리머'가 올해부터 호주에 수출되기 시작한다. 유럽 6개국에 '피도글' 허가신청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세기의 히트작 '아모디핀' 완제품은 올 해 동남아 수출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일련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2년 해외매출이 내수매출을 넘어서는 명실공히 '수출 중심 제약사'가 될 것이라고 장 사장은 자신했다. 신약부문으로 넘어가면 장 사장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한미약품 R&D의 특징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고, 실제 매출이 이루어지는 연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항암제 오락솔이 임상2상에 진입한 상태로, 2010년이면 한미약품 신약 1호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사제로 쓰이는 기존 항암제를 먹는 약으로 개발하거나 투여횟수를 줄여주는 기술이 한미약품 신약 부문 R&D의 핵심 내용이다. 오라스커버리(Orascovery)와 랩스커버리(Lapscovery)라 불리며 모두 해외시장을 겨냥해 기획됐다.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선진국 시장 등록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비전은 확실하지만 변수는 외부환경이다.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의약품 품질에 관한 규제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부담이 되지만 가야할 방향이지요. 하지만 약가규제는 다릅니다. 건강보험 재정절감 측면에서 약가를 깎으려고 하는데, 우리는 OECD 중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가장 낮은 국가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주름살을 감당할 곳이 필요해지니 모든 것을 제약사에게 떠맡기는 꼴입니다." 제약사들의 주장이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까닭은 산업의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제약회사들의 보수성은 M&A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동아제약 지분을 10% 가져 1대 주주인데, 왜 M&A하지 않냐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약업체들은 제품들이 거의 비슷해서 회사를 합쳐봐야 시너지가 안 생깁니다. 우리는 전략적 제휴, 즉 양사가 중복 안되는 분야에서 연구를 나눠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이런 의도가 잘 전달되면 향후라도 두 회사가 협력할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M&A보다는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와의 연합을 장 사장은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크리스탈지노믹스에 투자한 상태인데 연구물을 교류하는 측면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다른 복병은 한미FTA다. FTA가 발효되면 가장 타격을 받을 산업으로 제약업종이 꼽힌다. 제약업계에는 한국 정부가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의약품을 내줬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아무리 규제가 심해도, 제약산업이 홀대를 받아도 결국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한국 최고의 인재가 의약대로 모이고 있습니다. 과거 공대 출신이 그랬듯 이제는 BT(바이오) 산업이 국가를 먹여살릴 차례입니다. 의료, 제약산업을 비용이라고 보고 규제만 하려는 발상은 이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리=신범수 기자 answer@ 사진=이재문 기자 moo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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