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예상과 달리 영업이익은 흑자를 거둘 가능성은 있지만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순손실을 낸 적이 없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영업이익은 물론 순이익 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 14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겠지만 16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전 세계 시장이 경기침체로 허덕이면서 이런 기대감 마저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시장의 수요 감소로 해외법인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본사의 영업이익 규모가 해외법인보다 커 설사 해외법인이 적자가 나더라도 순이익을 실현해왔다. 만약 본사 영업이익 규모가 적은 상황에서 해외법인에서 손실이 났다면 지분법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트(set) 제품 판매부진이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세트를 주로 판매하는 디지털 미디어와 통신 단말기 사업 부문의 활동이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지분법 평가 등을 통해 영업외수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과 달리 1000억~2000억원대의 순손실을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작년 말 해외법인이 대규모 재고 정리를 단행, 대규모 적자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법인 실적 등으로 삼성전자가 510억원 정도의 분기 순손실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해외 법인 실적을 낙관하기 힘들다"며 "전 세계적으로 세트 수요가 부진했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날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순손실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 적자 전환에 대한 경고는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증권은 14일 "삼성전자의 4분기 순손실이 해외법인들의 이익 기여 감소로 5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순손실은 영업손실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실적 발표가 임박하면서 문제가 됐던 영업적자의 경우 PS(초과이익분배금: Profit Sharing) 지급액 조정을 통해 회계구조상 흑자를 실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오히려 기대감을 주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지난 2007년 PS 지급액은 8000억원. 이를 50%로 축소한다면 4000억원이 환원돼 1000억원 내외의 흑자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이미 작년 3분기 결산까지 PS 지급액을 반영해 놓은 상태"라며 "PS 지급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3분기까지 선 반영된 PS 지급액이 4분기에 일부 환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PS 지급액 조정을 통한 흑자 실현은 펀더멘털과는 전혀 무관한 일반관리비상의 조정이다"며 "이렇게 흑자 전환한다고 해서 실적 모멘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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