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온 '소비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월마트 등 소매업체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마트의 H 리 스콧(59)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전미소매점연합 연례 회의에 참석해 "월마트가 지난해 '혹독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냈고 사정은 올해 상반기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까지 두 달 동안 이어지는 '홀리데이 쇼핑 시즌'은 미국 소매업체들에 최대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이런 대목조차 사라졌다.
월마트는 앞서 지난해 4ㆍ4분기 순이익이 전망치에 못 미치는데다 1월 매출도 소비위축 여파로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월마트 주가는 지난 8일 최근 3개월래 최대 폭인 7.5% 폭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격한 소비지출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과 금융권의 대출 축소로 그 동안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추진해 온 미국 소매업체들의 파산보호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보도했다.
특히 소매업체 대출을 주도해온 와코비아, GE캐피털, CIT 그룹 등이 대출을 회수하면서 파산법원에서 회생을 모색하는 업체들까지 청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에서 지난 9일 추진한 매각 절차나 추가 자금 투입 논의가 실패할 경우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테네시주 녹스빌의 의류업체 구디스 패밀리 클로딩도 남아 있는 287개 매장을 청산 중이다. 뉴저지주의 의류 유통업체 '게인스트 올 오즈 USA 역시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의류 할인업체 로만스 홀딩스, 약국 운영업체 듀앤 리드 홀딩스, 귀금속업체 핀레이 엔터프라이스 등 9개 소매업체와 식당이 투기 등급 수준인 'CCC' 등급으로 떨어져 부도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산 전문가들은 지역 백화점 체인인 본톤스토어나 고트샬크, 패션 액세서리 소매업체인 클레어스 스토어도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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