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침체우려 대출축소 유동성 양극화 심화
광주은행에는 지난 10월에만 11조9487억원(잠정집계치)의 예금이 몰려 들어왔다. 전달에 비해 296억원이 더 늘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에 수익률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한 은행 금고'를 찾아 돈을 집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으로 돈 쏠림이 일어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실물경제가 급격히 침체에 빠지면서 부실위험이 커지자 고객들이 맡긴 돈을 선뜻 대출재원으로 못 풀고 있다.
이로인해 은행 금고에는 돈이 쌓이고, 시중에는 돈가뭄이 심각한 '유동성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지역 예금은행들은 예금 잔액은 27조9556억원이다. 지난해 1월부터 8개월동안 지역 예금은행의 예금잔액 25조1051억원에 비해 2조8505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8월 한달에만 1조2516억원이나 늘었다. 전월(1670억원증가)증가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특히 9월엔 미국의 투자은행 파산으로 인한 증시 대폭락이 있었던 터라 9월 중순 이후 지난달까지 예금은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가져온 돈가뭄 현상을 풀기 위해 통화당국이 잇따라 정책금리를 내리고 정부도 기업 자금경색을 풀어주기 위해 펀드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증시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돈은 오히려 은행 금고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예금은행들의 여신 증가폭은 둔화됐다.
올들어 8월까지 예금은행의 대출잔액은 30조8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8조544억원에 비해 2조8137억원 증가했다.
지난 8월한달 대출금액은 1415억원 증가했지만 전월(3148억원증가) 증가폭에 비해서는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8월 3448억원이 증가한 것에 비해서도 대출증가세 둔화가 뚜렸했다.
이와관련,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당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 증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돈이 은행 금고안으로 들어가면서 자금 회전 속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 돈을 받아든 은행은 자물쇠를 채우면서 시중에서 돈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남일보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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