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거리가게, 5년간 18% 줄어
'허가제' 도입 영향…무허가 점포 감소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52세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8년째 이곳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자리 잡은 골목은 술집과 음식점이 밀집한 번화가였지만, 군밤, 붕어빵, 어묵 등 겨울철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인근 다른 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쉴 새 없이 행인으로 붐볐지만, 20여분 걷는 동안 눈에 띈 노점은 1~2곳에 불과했다. A씨는 "3년 전만 해도 이 근방에 붕어빵 노점상만 20곳이 넘었는데, 이제 나 포함해 5곳 정도 남았다"며 "예전만큼 장사도 안되고 영업 조건도 까다로워 하나같이 떠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붕어빵, 군밤, 어묵 등 매년 요깃거리를 채워주던 겨울철 간식이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거리가게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운영 중인 거리가게는 2018년 6669개에서 2022년 5443개로 1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음식을 취급하는 거리가게는 2018년 2925개에서 2022년 2453개로 16%가량 줄었다.
실제 길거리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붕세권'에 접속해 살펴보니, 지하철 2호선 신림역 반경 300m 이내의 붕어빵 거리가게는 7곳에 불과했다.
직접 찾아가 보니 이 중 3곳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대학생 최서인씨(24)는 "얼마 전 붕어빵이 먹고 싶어 친구들과 노점상을 찾았는데, 자주 가던 곳이 사라져 한참을 걸어갔다"며 "붕어빵뿐 아니라 군밤 등 다른 겨울철 간식거리도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거리 노점상은 서울시가 '거리가게 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시민의 통행 편의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거리가게 허가제를 도입, 공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각 자치구가 거주지 및 자산 조건, 가게 규모, 설치 공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점포를 대상으로 허가를 내주고 가게 정비를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무허가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 무허가 점포는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 내 무허가 점포는 2018년 4965개에서 2022년 3571개로 줄었고, 허가 점포는 같은 기간 1704개에서 1872개로 증가했다.
다만 서울시와 상인 측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상인들은 운영 조건이 많고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자치구마다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유효 보도 폭이 2.5m 이상인 보도에만 점포를 설치할 수 있다.
또 버스·택시 대기 공간의 양 끝 지점으로부터 2m, 지하철·지하상가 출입구, 횡단보도로부터 2.5m 이상 간격이 확보되지 않으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자산 규모가 3억원 이상인 상인은 허가가 불가능하며 전매 및 승계도 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원칙적으로 신규 출점 역시 제한된다.
조항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사무처장은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 대부분이 이를 생업으로 하는 저소득층에 해당하는데, 서울시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실제로 상인 가운데 60% 정도가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해 가게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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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점포 축소가 목표가 아니며, 상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무허가 노점상은 거리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단속과 철거의 대상이었다"며 "거리가게 허가제 취지는 이러한 상인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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