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열린 영장심사 '기각'
"밥상머리 민심 민주당 유리"
민주당 내홍 봉합, 중도층 표심 영향
올해 추석 차례상 민심이 걸린 진검승부의 승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한가위 여론은 야당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청구된 이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한 끝에 기각했다.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 대표가 기사회생하면서, 민주당의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콧노래를 불렀던 국민의힘은 당초 예정됐던 추석 귀성인사를 취소하고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대표의 귀환을 반신반의하던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와 의총 등을 개최한 뒤 용산역을 찾아 추석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나온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로 인해 올해 추석 밥상 민심은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 추석 민심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득이 될 것"이라면서 "일반 국민들은 영장이 기각되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판사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얘기를 한 것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얘기한 것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물론 정부·여당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도 "이 대표가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물론 향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다만 여론조사 기관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대표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 등이 무너졌고 이 대표의 리더십 자체도 위기를 극복했지만 아주 빛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부결을 요청했는데도 당내 반란표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과정이 말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유리함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는 봐야 한다"며 "너무 강성 지지층이 힘을 얻으면 중도층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관건은 민주당 갈등 봉합 수준이다. 이 대표가 당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민주당은 '친명 체제'가 공고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날 친명계 후보들로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범친명에 해당하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당 지도부는 친명계 일색이 됐다.
박 평론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은 이제 할 얘기가 없게 됐다"며 "당에서 당장 응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은 완전히 장악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가결 투표자들에 대한 포용적 정치가 없으면 당내 분란이 또 발생할 수 있고 그 방향은 안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대로 이 대표가 포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정국은 더욱 칼바람이 예상된다. 박 평론가는 "윤석열 정부가 1년 반, 2년간 한 수사 결과가 결국 이렇게 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이 대표의 얘기가 진짜가 됐다"며 "앞으로 여권을 향한 비판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수밖에 없어 여당으로서는 방어모드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최선의 방어 방법은 결국 공격이니, 여당 역시 응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사 등이 모두 여야 간 격돌의 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홍익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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