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남자, 한국 1세대 게임 기업 CEO 그리고 이제는 카카오의 방향타를 쥔 남궁훈 각자 대표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그룹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 사태로 소비자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남궁 대표도 이미 배수진을 쳤다. 주가를 회복하기 전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는 폭풍우에 갇힌 카카오에 앞길을 비출 수 있을까.
韓 1세대 게임기업인…김범수와 20년 넘게 인연 맺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복심'으로 불리는 남궁 대표는 김 창업자와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왔다. 1972년생인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삼성SDS에 입사하면서 김 창업자와 만났다. 당시 한국에는 벤처 창업 붐이 한참이었고, 김 창업자는 1년 뒤 회사를 떠나 '게임 회사 창업'의 부푼 꿈을 안고 PC방을 차린다. 여기에 남궁 대표가 가세하며 두 사람은 파트너가 됐다.
남궁 대표는 1999년 김 창업자 등이 창업한 게임 포털 '한게임'의 커뮤니케이션 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실상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한게임이 네이버컴과 합병해 2000년 'NHN'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범할 때도 가담했으며, 2006년에는 NHN의 한국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이 시점 그는 이미 국내 1세대 온라인 게임 기업인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커리어가 항상 고점을 찍었던 것만은 아니다. 남궁 대표는 NHN을 나온 뒤 2009년 CJ인터넷 대표로 재직했으나, 당시 국내 인기 게임이었던 '서든어택' 판권을 연장하는 데 실패한 책임을 안고 물러났다. 이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역임했다가 2016년 카카오 게임즈 각자 대표를 맡으면서 다시 한번 김 창업자와 손을 잡았다.
PC방 돌며 직접 영업, 페이스북 소통…추진력·솔직함이 무기
남궁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과 자신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진실함, 남다른 추진력으로 주목받는 기업인이다. 한게임 창업 시절에는 스스로 전국 PC방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팔았고, 아르바이트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컴퓨터 수리까지 도맡았다고 한다. CJ인터넷 대표직을 사임했을 때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이후라도 좋은 성과가 나와 제 재직 기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으면 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맡은 뒤로는 모바일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성공적으로 발매했고, 그 기세로 2020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며 카카오 자회사 1호 상장 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김 창업자 또한 남궁 대표의 리더십을 신뢰하는 모양새다. 카카오가 위기를 맞닥뜨리자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 창업자는 그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카카오의 전자 결제 자회사 '카카오페이' 일부 임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카카오는 110여개가 넘는 자회사로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이미지에 심한 손상을 입은 시점이었다. 결국 류영준 당시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사태를 책임지고 자진 사임하자, 김 대표가 차기 대표로 낙점됐다.
김 창업자는 지난 1월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경영진과 직원 간 상호신뢰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고객 및 조직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남궁 대표를 카카오를 이끌 적임자로 꼽은 이유다.
"주가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 받겠다" 폭풍우 만난 카카오 이끌까
남궁 대표는 힘든 시기에 키를 쥐었다. 그는 지난 2월 대표 내정자 시절 페이스북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으로 회복될 때까지 연봉,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며 법정 최저임금만 받을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최저임금은 월 190만원 수준으로, 남궁 대표는 올해 상반기 대표이사 보수로 약 1100만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18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카카오의 주가는 5만원에 살짝 못 미치는 약 4만9200원이다. 앞으로 세 배 이상 올라야 남궁 대표의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해 이 시설에 입주한 카카오의 서버까지 피해를 보면서, 카카오톡을 포함한 여러 서비스가 10시간가량 '먹통'이 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며, 국회는 오는 24일 종합 국감에 카카오 경영진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가안보실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의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 대표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6시간 만에 성명을 발표해 "불편을 겪고 계신 모든 이용자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신뢰 회복에 이어 서비스 안정성 강화라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골목상권 상생 논란, 안보 문제 등 문제로 정치권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를 향한 사회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진정한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로 도약하려면, 남궁 대표의 능력과 헌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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