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웨스팅하우스 사장단 8일 방한…전력 공기업 등과 회담
한전 공동선언문 일정은 취소…"웨스팅하우스가 서명 꺼려"
수출 주도권 다툼 불가피…한국형원전 IP 갈등도 매듭 못지어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원자력발전 수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이 당초 한국전력과 맺기로 한 공동선언문 서명 일정을 취소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원전 동맹’을 앞두고 양국 대표 기업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은 이날 오전 11시 정승일 한전 사장과 예정했던 해외원전시장 협력 공동선언문 서명 일정을 잠정 보류하고 회담만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 측이 서명을 꺼려 (공동선언문) 일정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동 협력 사안과 관련해 양측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업계는 수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웨스팅하우스의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1886년 설립된 웨스팅하우스는 전 세계 절반 이상의 원전에 원천기술을 제공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핵심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원자로 설계 사업이다.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도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을 전수 받아 건설됐다. 현재 동유럽 원전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이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웨스팅하우스 측이 원하는 협력 구도는 핵심 사업 주도권은 직접 갖고 한국 기업은 시공 및 부품 납품 등을 맡아 뒷받침하는 형태로 분석된다.
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간의 지식재산권(IP) 갈등도 공동선언문 서명에 차질을 빚게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한국형원전(APR-1400)의 IP를 두고 불거진 갈등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가 2018년부터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배경도 양사 갈등이 국가 간 신경전으로 번진 데 있다.
업계는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을 협력하는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로 수주한 사업에 하청으로만 들어간다면 원전 협력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한국형 원전의 원가 경쟁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은 패트릭 프래그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개빈 류 아시아 지역 사장, 김정은 한국지사장 등으로 구성됐다. 웨스팅하우스 CEO가 직접 한국을 찾은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사장단은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 전력 공기업과 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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