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보도될 때마다 많은 주목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직종과 기업의 급여 수준이다. 그 같은 관심은 우리 사회에서 누가 얼마를 받느냐가 특급기밀이며 내밀한 개인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인 측면이 커 보인다.
'급여 비밀주의'의 예외가 있다면 공무원이다. 그들의 급여는 매우 상세히 공개되는데 이는 그들의 보수가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의 보수가 비밀인 것은 기업이 철저하게 사적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시해서 남의 월급봉투를 보려는 사람은 마치 불순한 '관음증 환자'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그 기밀과 성역은 어느 정도까지 보호돼야 하는 걸까. 개개인의 급여액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과연 급여 책정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도 '신성불가침의 급여 기밀주의'에 의해 봉쇄돼야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 고임자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대표적 직종 중 하나가 의사일 텐데, 그들의 고임은 어디에 그 원천이 있을까. 의술이라는 기술의 높은 난이도, 의사가 되는 과정의 경쟁률, 이어지는 직업훈련의 혹독함 등에서 그걸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사실 다른 많은 직업들에도 의사 못잖게 고임을 받아야 하는 근거들을 댈 수 있다. 의사의 고임은 무엇보다 사람의 질병과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질병과 생명을 다루는 일의 난이도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소중한 목숨에 대한 책임감, 그 책임감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과 긴장이기도 하다. 때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감내하기 힘든 그 책임감과 긴장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고임인 법률가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가 있다. 법률가의 결정에 의해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안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법률가가 결정을 내릴 때에 떠안아야 하는 심적 부담과 자기 엄격성에 대해 다른 이들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혹 다른 이의 생명과 운명에 대한 책임의식과 긴장감이 없는, 진료기술자로서의 의사, 법지식 기술자로서의 법률가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그처럼 많은 보상을 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어떤 직업, 어떤 사람의 급여액은 그 노동의 본질적 가치와 공동체에의 기여에 대한 사회적 정산(定算)이랄 수 있다. 급여 기밀주의는 좀 더 햇빛 속으로 나와야 한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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