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 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
■ 노래의 힘이란 이런 건가 봐요. 다 꺼졌다 싶어도 이즈음만 되면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억의 모닥불. 먼저 사랑이 사라지고 그 다음 그 사랑에 덴 상처가 사라지고 그리고 긴 넋두리같은 이야기들과 기억들이 사라지고 마침내 얼굴이 사라진 날. 고요히 나는 노래를 듣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렇듯 각별하게 찾아옵니다. 다시 사랑이 지나가는 밤. 당신은 무엇을 하였는지요. 우리가 멀어졌던 그날, 문제는 사랑의 결핍이나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어쩌면 저 가을의 공기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되돌아 생각을 하여 봅니다. 어쩌면 위선과 확신없는 열정이 만들어낸 사랑의 가건물이, 그날 가을 바람에 무너져내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요. 당신을 생각하며, 창을 열었습니다. 다시, 그 노래처럼, 뜻모를 이야기들의 환청으로 당신을 그리워하는 날, 이별이란 유효기간이 없는 게 아닐까, 쓸쓸한 생각을 오래 하고 있었습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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