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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복수 가능성"…범고래의 잇따른 보트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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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 무리에 '요트 사냥법' 전파
트라우마 겪은 개체의 '복수' 가능성
지능 높은 범고래들…행동 전파·모방

최근 범고래 무리가 동력 보트, 요트 등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벌써 3척의 보트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이런 가운데 '트라우마'를 겪은 범고래가 보트 공격을 주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높은 사회적 지능을 가진 범고래들이 무리 안의 '복수자'들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기습으로 '요트 사냥'하는 범고래들
"인간에 대한 복수 가능성"…범고래의 잇따른 보트 습격 요트로 달려드는 범고래들. 2021년 약 30마리의 범고래 떼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 해협을 지나던 중 공격당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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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범고래 무리가 벌써 유럽 해안에서만 세 번째 배를 공격해 침몰시켰다"고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4일 스페인 연안에서 벌어졌다. 당시 한 요트가 연안을 통과해 지브롤터 해협으로 이동하던 중, 범고래 3마리로 이뤄진 무리의 공격을 받았다.


전력을 다한 공격에 곧 배는 고장났고, 선장은 이후 신고를 받고 도착한 스페인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파손된 배는 인근 해안으로 견인되던 중 끝내 침몰했다.


선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작은 범고래가 큰 범고래를 모방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큰 범고래가 먼저 선박의 측면을 공격하자, 작은 범고래 두 마리가 이를 재현하듯 후방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능 높은 범고래…'보트 사냥법'도 모방

'범고래의 보트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과학 저널 '해양 포유류 과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베리아 해안을 중심으로 범고래가 동력 선박을 공격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첫 공격은 2020년 5월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범고래 무리가 보트를 '사냥'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주로 무리의 리더가 배의 꼬리 쪽에서 접근해 방향타를 친 뒤, 나머지 구성원이 추격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범고래는 고도의 사회적 지능을 갖춘 포유류 동물로, 특정 지식을 집단의 다른 개체에 전파하거나 하면,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보트 사냥'도 이런 사례 중 하나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배가 고장나 기동을 멈추면 범고래는 즉시 흥미를 잃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로페즈 페르난데즈는 '라이브 사이언스'에 "2020년 이후 기록된 500번 이상의 공격에서 침몰한 배가 3척"이라며 "특정 지역을 항해하는 100척 중 1척의 배에 범고래가 접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전했다.


트라우마일까 유행일까…"보트 공격은 최근 급증한 현상"
"인간에 대한 복수 가능성"…범고래의 잇따른 보트 습격 범고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왜 일부 범고래들은 인간의 동력 선박을 '적'으로 인지하게 된 걸까. 연구진은 선박에 피해를 본 뒤 트라우마를 겪은 일부 범고래들이 공격을 지시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페르난데즈는 "보트에 대한 공격성 급증은 최근의 현상"이라며 "선박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이 범고래 한 마리의 행동 변화를 촉발했고, 나머지 범고래 인구에 이 행동이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트 공격의 기원, 동기 등을 알 수는 없지만 이 행동이 트라우마에 기반한 방어적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범고래는 의도적으로 (보트 공격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범고래가 불법 조업용 장비에 피해를 보거나, 보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난 뒤 적의를 품었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트라우마나 복수심으로 인한 공격이 아니라, 단순히 혈기왕성한 범고래 사이에 보트 공격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즈는 "보트 공격 행동은 젊은 범고래 개체에 의해 수직적으로 전수됐다가, 나중에는 수평적으로 퍼졌다"라며 "보트 공격이 범고래들 사이에서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트 공격 사례의 증대는 범고래의 삶을 위험에 처하게 할 우려도 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 이베리아 해협에 서식하는 범고래는 39마리에 불과하다. 보트 공격이 계속 이어져 인간 선원과 계속 갈등을 빚게 되면 해당 해협 내 범고래가 멸종할 수도 있는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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