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출산 근본 원인으로 남녀갈등 꼽아
성차별 속 여성 이야기 다룬 콘텐츠도 분석
이탈리아의 한 매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한 가운데 근본 원인으로 '남녀 갈등'을 꼽았다.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의 엄마들이 파업한다: 동아시아 호랑이의 멸종 위기'라는 제목의 국제면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원인을 분석했다.
매체는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며, "한국에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아시아의 호랑이가 인구 감소 묵시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한국의 저출산 근본 원인으로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을 꼽았다. 불평등과 차별을 경험한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출산을 기피하고 있으며, 사회에서의 경험이 '출산 파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억압받은 한국의 여성들이 민주화, 서구 문화 유입 등을 통해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이에 반해 사회적 성역할 변화는 지체되면서 남자와 여자, 여자와 가부장 문화, 젊은 남자와 급진적 페미니스트 사이에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여성,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4B' 추구
한국 사회에서 남녀 갈등이 심해지면서 한국 여성들이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B'(非)를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싱글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에선 옷을 잘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들이 머리에 헤어롤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여성들의 헤어롤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또 매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하는 사진도 실었다.
또 성차별 속에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드라마도 분석했다.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점과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언급하며, 해당 드라마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2화는 회사 합병이나 인력 감축 계획이 있을 때 회사가 어떻게 여성들을 압박해 사직서를 쓰게 하는지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성평등이 낮은 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며 "여성들에게 더 정당하고 더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만이 한국 민족이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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