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여만원 횡령 외 모두 무죄
선고 후 곧바로 항소 의사 밝혀
벌금형 선고로 국회의원직 유지
檢 "균형 잃어…납득할 수 없다"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윤 의원과 검찰 측 모두 1심 판결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혀 후원금 횡령 논란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10일 보조금법과 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대협은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로 누구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었던 만큼 윤 의원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액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과 함께 기소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 A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결심공판에서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A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이날 법원은 윤 의원이 2011~2020년 정의연 이사장과 그 전신인 정대협 대표를 지내면서 사용한 후원금 1억37만원 가운데 1700여만원을 모두 68회에 걸쳐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윤 의원은 개인 계좌를 통해 정대협 자금을 관리하면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 사용처를 정확히 알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사용처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1700여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는 않았더라도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면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섣불리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윤 의원이 정부와 지자체를 속여 보조금 3억여원을 받은 혐의(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 검찰의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신의칙에 반하는 어떠한 기망이나 부정한 방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아울러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2015∼2019년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나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고(故)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7920만원을 정의연 등에 기부토록 한 혐의(준사기)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길 할머니의 시민단체 활동 이력과 과거 기부 사실 등으로 미뤄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기부행위를 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윤 의원이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 상태를 알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1심 판결이 향후 항소심과 항고심에서도 유지돼 확정된다면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만 의원직을 잃는다. 윤 의원은 선고 뒤 "검찰은 1억원 넘게 횡령했다고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1700만원 정도를 유죄로 특정했다"며 "소명이 부족했던 일부 금액에 대해서도 횡령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항소심에서 성실히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은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인데도 피고인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항소해서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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