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입국 당국 요구에 따른 것"
비자 제한·황색 카드 보복 조치인 듯
중국이 다롄공항으로 입국하는 한국발 항공편 탑승 외국인들에게 흰색 비표를 착용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환구시보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한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이 한국인 입국자들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줬다"는 글과 함께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누리꾼은 "항공기가 착륙할 무렵 승무원들이 한국인 승객들에게 일일이 비표를 나눠주고 별도의 입국장 통로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고 전했다. 해당 항공기는 대한항공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봉면신문이 8일 저우수이쯔 공항에 문의한 결과 "우리는 착륙 안내 업무만 담당하고 비표 배부는 항공사, PCR 검사는 해관(세관) 담당"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또 해관 측은 "관련자들이 퇴근해 답변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과 달리 대한항공 측은 봉면신문에 "우리에게는 비표를 착용하게 할 권한이 없다"며 "이는 입국 관련 당국의 요구"라고 말했다. 단 대한항공은 "흰색 비표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 국적이 아닌 모든 외국인 입국자들에게 나눠준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국의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난 3일부터 다롄에 도착하는 중국 국적 항공편을 포함한 모든 한국발 항공편은 외국 국적 승객에게 비표를 목에 걸게 하고 있다"며 "현지 해관 측에서 요구한 것이고, 비표도 해관이 제작해 나눠준다"고 말했다.
다롄공항 측의 이러한 조치는 앞서 한국 정부의 대중국 단기 비자 발급 제한 및 중국발 입국자에게 황색 카드를 목에 걸도록 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2~31일 대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했고, 지난달 27일 이 조치를 이달 말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보복성 조치로 대응했다.
지난달 12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한 사이에 나타난 비자 풍파와 중국 국민이 (한국) 입국 과정에서 겪은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대우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불공정하고 차별적 대우'는 한국 방역 당국이 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들에게 황색 카드를 목에 걸게 한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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