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기대감 커지며 엔화 가치 상승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해 달러당 150엔대를 돌파하며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던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하며 반년 만에 120엔대에 안착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난해 4월 이후로 심화됐던 엔저 기조가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교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129.54엔을 기록했다. 엔화 환율이 120엔대에 도달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지난달 20일 BOJ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장기 금리의 변동 허용 폭을 상향 조정하면서 강세로 전환, 130엔대를 밑돌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자들이 BOJ의 이 같은 방침을 사실상 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엔화 매수세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BOJ가 이번 통화정책 수정을 시작으로 긴축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BOJ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는 4월이 지나면 2016년부터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일본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7%를 기록하면서 40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3.6%는 BOJ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훌쩍 넘는 수치다.
스위스 감마자산관리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엔화가 최근 강세 국면에 접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올 4월 마이너스 금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엔화 가치 상승을 막는 장애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초 115엔대에 머물던 엔화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나서면서 같은해 4월, 2015년에 집계된 최저치(125.86)를 돌파했다. 이후 미·일 장기금리차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는 10월 들어 150엔대로 하락,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BOJ가 달러를 팔아 엔화를 매수하는 시장개입을 단행하면서 연일 치솟던 엔화 환율은 11월 들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9월부터 10월까지 환율방어를 위해 9조엔(88조1397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