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 시행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 러브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를 향한 북미 지방 정부들의 구애가 뜨겁다. 인플레 감축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이번달만 세곳의 북미 주지사와 경제장관 등이 한국을 찾아 ‘배터리 세일즈’를 펼쳤다.
31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9일 방한한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 일행을 만나 자원개발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거나 협력 관계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케니 주지사는 앨버타 주에 매장된 리튬 염호(ℓ당 무기염류량이 500㎎이상인 호수)의 가치 등을 설명하고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앨버타는 북미의 주요 리튬 생산지 중 하나다. 미국의 IRA 제정으로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의 광물·부품 비율 요건도 맞춰야 한다. 이에 따라 북미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부터 셀, 완성차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쳐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각 주정부 주요 인사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고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앨버타 주는 특히 포스코가 친환경 추출 기술을 개발한 리튬 염호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한국무역투자공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캐나다 리튬 매장량은 탄산리튬환산(LCE) 기준 1516만t, 경제적으로 채광이 가능한 가채광량은 280만t 수준이다. 이중 염호에 매장돼 있는 리튬량은 44%인데 앨버타 주에 대부분의 염호 리튬 매장량이 몰려 있다.
포스코는 2010년 리튬 생산기술 개발에 착수한 후, 염수와 광석 모두에서 친환경적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포스코의 염수리튬 생산 기술은 타 기술과 비교해 염수와 담수 사용량이 적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원료를 공정 중 재활용할 수 있고 생산성 역시 높다. 상용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해 3월 아르헨티나 살타주 고지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기반 염수 리튬 공장을 착공했고 2024년 연산 2만5000t(전기차 약 60만대분)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도 한국을 방문한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와 브래들리 체임버스 인디애나 상무부 장관 등을 지난 25일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만났다. 삼성SDI는 올해 5월 북미 완성차기업인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市)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도 최근 방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과 회동했다. 윌슨 장관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 본사를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과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앞서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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