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월세 거래량, 전세 추월…30대 이하 서울아파트 매입 비중 올들어 최고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한데다 대출 규제 조치,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데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 부담까지 커지자 차라리 작은 평수라도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11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13만295건(50.4%)으로 전세 거래량(12만8023건)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량이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것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4월 누적 거래기준으로 보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의 비중은 48.7%로 작년 같은 기간(42.2%)과 비교해 6.5%p 상승했다. 5년 평균인 41.6%와 비교하면 월세 비중은 7.1%p 높았다.
월셋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5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다. 마찬가지로 4월의 전국 평균 월세가격도 81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5월 서울 월세지수(KB부동산)도 102.3으로 201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늘었는데 월세가격까지 올라 서민의 가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자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통계에 따르면 2일 기준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624건(신고일자기준)으로 이 가운데 30대 이하가 사들인 아파트는 687건(42.3%)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와 비중 모두 올 들어 최다·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집값이 급등한 2020년 8월(40.4%)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지난해 9월 44.1%로 고점을 찍은 뒤 떨어졌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이 비중이 36.0%까지 떨어졌지만 대통령 선거가 끝난 3월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3월에 40.7%로 2월(36.0%)보다 4.7%포인트 오르며 다시 40%대를 회복했고 지난달 상승폭이 더 확대됐다.
대선 이후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다소 회복되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자 2030세대들이 다시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가격마저 오르는 등 전월세 시장이 불안한 것도 이러한 매입 움직임에 영향을 줬다.
다만 30대 이하 젊은 층의 매수 움직임이 지난해와 같은 매입 열풍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분양가 상승 등 자금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주택 매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청년층의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무리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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