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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풍전등화에 놓인 몰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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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풍전등화에 놓인 몰도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서 몰도바군 의장대가 국기제정기념일 행사를 위해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 키시나우(몰도바)=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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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동유럽에서 가장 작고 가난한 국가로 알려진 몰도바는 원래 루마니아와 한 나라였으며, 유럽의 방파제라 불렸던 곳이다. 15세기 오늘날 터키의 전신 국가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유럽 전역을 침공할 당시 몰도비아 공국으로 불렸으며 인접한 트란실바니아 공국, 왈라키아 공국과 함께 투르크군에 맞서 싸웠다.


100년 넘게 이어졌던 당시 투르크군과의 전쟁은 오늘날 흡혈귀 ‘드라큘라’ 전설이 탄생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루마니아와 몰도바 일대서 최후까지 투르크군에 저항하던 루마니아의 영웅인 블러드3세는 용의 아들이란 뜻으로 드라큘라라 불렸는데, 적군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자 각종 잔혹한 방식으로 포로를 처형해 흡혈귀로 묘사되면서 드라큘라 전설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러시아 제국이 몰도바를 점령하고 이곳을 러시아령 베사라비아라고 부르면서 루마니아 역사와 분리됐다. 특히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기름진 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 제국은 실효지배력을 높이고자 이곳에 수많은 러시아 농민들을 강제 이주시켰고, 러시아계 주민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에도 루마니아와 러시아는 몰도바를 놓고 전쟁을 거듭하다가 1944년 당시 초강대국이 된 소련이 몰도바를 강제로 소련에 편입시켰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다시 루마니아와 통합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압력과 루마니아의 경제난으로 통합에 실패해 루마니아와 별도의 국가로 독립했다.


독립은 했지만 몰도바는 남한의 3분의 1 정도의 작은 영토만 보유한 채 항구도시 하나 없는 내륙국가로 떨어져 나왔다. 더구나 옛 소련시절부터 특별한 산업이나 기술이 발전한 적 없는 순수 농업지대인 몰도바는 경제자립이 거의 불가능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인구도 독립 초기 400만명에서 250만명 정도로 급감했고 대부분 주민들도 인접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나마 이 작은 영토마저 동서로 분리된 상태다. 전체 국민의 15% 정도로 알려진 러시아계 주민들은 러시아의 배후 지원을 받고 동부 국경지대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친러 독립정권을 세웠다. 1992년 독립을 선언한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까지 주둔해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러시아가 몰도바로 확전을 시도할까 우려하고 있다. 몰도바가 러시아에 점령되면 대부분 루마니아계인 몰도바 주민들이 루마니아로 몰려들어 심각한 혼란에 빠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어선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유럽의 위태로운 방파제로 내몰린 몰도바의 운명을 국제사회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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