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제대로 않고 홍콩으로 출국
합의 진행 묻자 아버지 연락처 전달
법원 "진지한 반성 안보여" 징역형 집유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지난해 7월6일 새벽 5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1층 입구에서 A씨(21·남)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홍콩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이었지만, 잠시 한국에 돌아온 상태였다.
그때 경비원 B씨(63·남)가 "흡연 장소에서 흡연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무시하고 담배를 피웠다.
A씨는 흡연 후 집에 돌아와 누웠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B씨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A씨는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9층 복도에서 순찰을 돌던 B씨를 보고 "내가 X밥으로 보이냐"고 소리쳤다. 이어 가슴을 밀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경비X이 어디다 대고 담배를 피우라, 마라 하느냐"며 "쳐다보기만 해봐라. 눈을 파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급기야 A씨는 쓰러진 B씨의 몸과 머리를 수회 걷어차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 때려라. 잘못했다. 살려달라." B씨는 양손으로 빌며 이같이 애원했다. 그러나 A씨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뇌진탕 및 타박상 등 약 3주간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씨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고, 수사를 받던 중 대학이 있는 홍콩으로 출국했다.
A씨는 또한 '피해자와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고선 "현재 홍콩에 있다"며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함께였다.
민 판사는 "피고인은 정당한 요구를 한 피해자를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비하 및 위협하고 잔인하게 계속 발로 차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질책했다.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부모로부터 1750만원을 받고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이 과거 감정 관련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어 치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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