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차량용 반도체 3위 공급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주요 생산 공장에서 화재 발생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공급 대란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한파와 대만 가뭄에 이어 이번 화재 사고로 주요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업계 파장이 길어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주력 공장인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서 지난 19일 발생한 화재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 생산이 재개되는데 최소 한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최고경영자(CEO)는 “한 달 이내의 재개를 목표로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이번 생산 중단이) 전세계 반도체 공급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직경 300나노미터(㎚)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라인으로, 이 생산 라인을 갖춘 곳은 일본 내 전체 6개 공장 중 나카 공장이 유일하다. 매출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르네사스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분야의 선두업체로, 르네사스의 MCU 점유율은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도요타, 닛산자동차 등을 두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르네사스 나카공장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조업을 약 3개월 간 중단하면서 자동차 생산에 큰 타격을 가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화재 사태를 '르네사스 쇼크'로 칭하며, 이번 사태로 조업 정지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토추 연구소의 산시로 후카오 선임 연구원은 "이번 화재로 자동차 반도체 조달에 약 6개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산 재개에 최소 1개월, 공급 정상화에 3개월이 걸릴 경우, 최대 6개월까지 반도체 공급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혼다자동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영향력을 판단하기 힘들지만, 생산 중단이 1개월을 넘어가면 재고가 줄어 들면서 차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4월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생산 차종의 변경이나 대체 생산 가능성을 등을 감안한 영향도를 판단중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요 증가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소비 위축을 우려한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부품 재고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부품 주문을 줄인 가운데,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정보통신(IT) 관련 반도체 제품의 대량구매 수요가 겹친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미 텍사스의 이상한파로 오스틴 소재의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의 반도체 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가뭄으로 대만 TSMC의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공급망 위기는 더욱 심화돼 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