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앞 사람들 북적
식재료 가격 급등…식용유 최근 4배 올라
고물가 지속된 음식 질 불가피
"많은 이들 도와준다면 선순환 가능할 것"
28일 오전 11시가 되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다일복지재단 밥퍼나눔운동본부'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루에 한 번 있는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500여명의 노인과 노숙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반찬은 오리불고기와 된장국 등으로 사람들은 식사 구성에 만족했다. 하지만 다일복지재단 사람들은 근심 어린 표정을 보였다. 고물가 때문에 좋은 식사를 대접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물가가 급등하면서 음식 재료 사는 게 부담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으면서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민간무료급식소들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의 질이 나빠지거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후원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4월18일부터 노인 및 노숙자를 대상으로 정상 배식을 시작한 다일복지재단은 최근 들어 모든 음식 재료의 가격이 올라 부담되는 상황이다. 눈에 보이는 고기나 채소류뿐만 아니라 기름과 소금, 양념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식용유의 가격은 최근 3~4배 올랐다고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이들이 하루 500명가량의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이달 쓴 돈은 무려 5000만원에 달한다.
이외 민간무료급식소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참좋은친구들' 역시 과거 100만원을 들고 살 수 있던 식품들이 한 달 사이 20%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신석철 참좋은친구들 이사장은 "아직 노숙자들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고물가가 지속된다면 음식의 질 하락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다면 기존에 후원해주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서울시의 지원은 큰 도움 안 된다는 게 민간무료급식소의 입장이다. 올해 서울시의 저소득 어르신 급식 제공 예산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348억원가량 잡혀 있다. 경로식당의 경우 이달 1일부터 단가를 4000원으로 잡고 예산을 지원하는 중이다.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이다. 하지만 민간무료급식소들은 시의 지원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민간무료급식소는 "전체 급식 인원 중 20%가량만 시의 지원을 받고 있어 예산과 현장 상황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계속된 도움에 민간무료급식소들은 감사함을 표했다.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후원을 끊지 않고 계속하는 시민들이 있다"며 "더 많은 이들이 도와준다면 사회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