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가 기회? "무엇을 개발해야 할까요?"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언택트(비대면) 산업이 급부상하는 등 새로운 디지털 혁신이 시작됐지만 정작 기업들은 이에 대응에 어떤 연구개발에 나설지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정보와 인력 부족에 따라 R&D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답을 제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 3~11일 간 1351개 연구소 보유기업을 대상으로 한, '포스트 코로나 대응 기업 R&D 수행실태조사' 진행 결과에 대해 2일 이같이 밝혔다.

포스트코로나, 무엇을 개발해야 하나

응답기업의 66.6%는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부응할 R&D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혀 대비하지 못하거나(20.3%), 대비가 부족하다(46.3%)라고 답했다.

대비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R&D를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R&D기획 활동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45.6%로 가장 많았으며 연구개발 수행에서 애로(30.7%)가 있다거나, 기술사업화에서의 애로(16.2%)가 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언택트, 디지털화, 홈오피스 등 다양한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선뜻 R&D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R&D 대비를 못하는 기업일수록 R&D 기획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비교적 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경우 기획단계의 애로를 토로하는 기업이 39.2%인 것에 반해, 대비가 미진한 기업군에서는 기획단계 애로비중이 48.7%로 10%p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R&D 기획 위한 정보 제공해야

포스트코로나에 따라 어떤 R&D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시장정보 분석역량 부족(50.4%)을 꼽는 기업이 많았다. 경쟁사분석 역량부족(42.6%), R&D 전략수립체계 부족(39.1%), R&D기획 전담인력 부족(32.4%), 사업부와 협력 어려움(13.8%) 등도 이유로 꼽혔다.

기업들은 정부가 기술·시장 정보 제공(76.3%), 비대면·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과제기획사업의 확대(67.0%), 특허분석에 기반한 과제기획 지원(65.9%), 비대면 솔루션 활용 지원(59.2%) 등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R&D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R&D기획 역량 부족으로 미래 먹거리로 어떤 R&D를 해야할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간 정부 R&D지원은 연구개발 수행에 많이 집중돼 왔는데 새로운 R&D아이템 발굴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R&D기획단계에 대한 지원이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