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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게이머 인지감수성’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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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게이머 인지감수성’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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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을 둘러싼 사건과 논쟁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하다. 그리고 돌아보니 ‘갑(甲) 인지감수성’, ‘개인정보 인지감수성’ 같은 말들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수성’이란 차별이나 불균형 등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다.


차별과 불균형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터인데 이런 감수성이란 용어가 파급력이 커지는 배경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공정이란 가치가 자리바꿈을 하였고, 정보의 개방성이란 최근의 기술적 확산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과거 베이붐세대나 X세대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조금 불이익이 있더라도 조금 참고 서로 돕다 보면 그만큼 분배를 받을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한자릿수 성장마저도 줄어들던 시기에 자란 MZ세대들은 열심히 일을 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터득한다. 그리고 더 이상 커지지 않는 파이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민감해졌다. 이전 세대가 보기에 쪼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저항, 즉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불이익을 멈추기 위한 저항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리라.


SNS로 늘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는 MZ세대들은 자신과 유사한 문제에 대한 연대를 하는 것이 의무이자 놀이처럼 일상이 되었다. 똑같은 게임의 유저라도 베이비붐 세대와 MZ세대는 다른 것이다. 나는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하나의 사건이 구로와 판교에서 일어난 게이머들의 트럭시위라고 진단한다.


이런 시위들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절대 아니다. 부채도 자산이란 말처럼, 심리학적으로 불신과 불만을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존 굿맨(John Goodman)의 법칙’이 있다. 평소 별 말이 없는 고객의 경우 10% 정도의 재방문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만을 가진 손님에게 그 불만을 해소하는 경우 65%의 재방문이 이루어졌다. 즉 불만을 가진 고객이 오히려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트럭시위를 하는 게이머들은 이들의 기대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자신의 돈과 노력을 들여 열성적으로 알려 주는 모니터 요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름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불만에 차서 시작된 항의 트럭시위에 반응하여 적극적으로 유저의 의견에 댓글을 달고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한 ‘세븐나이츠’ PD에게 항의 대신 커피를 배달하는 트럭을 보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린다. 지난 11일에 열린 ‘메이플스토리’ 온라인 간담회는 8시간 동안 진행되었다는 점도 놀랍지만, 여기에 28만명이 참여했다는 점도 더 놀랍다. 아직 관심과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다시 이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간담회에서 약속한 ‘고객자문단 신설 및 긴밀한 소통’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는 실천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달려있으리라.


사회적 인지감수성은 이제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회의 일원인 게임업계도 고객 인지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는 뜻이리라. 작은 문제라도 귀기울이고, 이를 시정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은 향후 게임업계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 자명하다. 부디 예민한 MZ세대의 인지감수성을 충족시켜 새로운 고객관계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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