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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쇄신과 혼돈, '개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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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 인사 스타일은 '솥밥'을 떠올리게 한다. 뜸 들이기를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긴 편이다. 국정쇄신용 물갈이 인사는 지양하는 스타일이다. 개각 요인이 생겨도 행동에 옮기기보다 한 템포 쉬어간다.


이는 한국 정치의 전통적인 메커니즘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정치에서 국무총리는 '총알받이' 취급을 받을 때도 있었다. 대통령에게 향할 비판의 화살을 대신 맞고,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는 쇄신용 교체 카드로 활용됐다. 국무총리가 이 정도 취급을 받았으니 장관은 사실상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었다.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개각이 유용한 카드인 이유는 판을 흔들어놓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을 받아 개각을 단행했다는 정치적 이미지를 얻으며 국정 동력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기자수첩] 국정쇄신과 혼돈, '개각의 역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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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가 개각 대상자의 개인 사생활까지 파헤치는 자리가 되면서 개각을 둘러싼 전통적인 정치 문법은 효력을 잃게 됐다. 개각은 국정쇄신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혼돈의 정국으로 인도하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임 국가정보원장(박지원)과 통일부 장관(이인영) 후보자를 발표했다. 안보라인 교체에 대한 숙고의 시간이 드디어 끝난 셈이다.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이제 검증의 시간이 남았다. 21대 국회 첫 인사청문회라는 점에서 야당은 칼을 갈고 있다. 청문회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드러나면 후보자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후폭풍이 두려워 개각을 마냥 늦출 수도 없다. 뜸을 너무 오래 들이면 밥이 타서 아예 먹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지 않겠는가. 정치는 타이밍이다. 특히 인사는 후보자 결정만 중요한 게 아니다. 시기를 잘 잡아야 한다.


국방부와 보건복지부 등 후속 개각과 관련해 뜸을 들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청와대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국토교통부는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처지가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기다림의 시간으로 상징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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