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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건강의료정보, 쇼닥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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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건강의료정보, 쇼닥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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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닥터'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쇼닥터 문제가 지적되었고, 쇼닥터 한의사에게 '그냥 예능인 하시죠'라는 일침도 가해졌다.


쇼닥터는 연예인 뺨칠 만큼 말 재주와 방송 능력을 가지고 있어 방송사에서 환영 받는다. 가끔씩은 이런 쇼닥터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의료를 소재로 토크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진리가 되며 자막을 통해 사실화, 객관화 되어버린다. 그만큼 예능인이 아닌 전문가의 발언으로 비치는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이들은 전지전능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정보를 가장한 예능 프로그램 또는 예능을 가장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의료인들은 크릴 오일도 홍보해주고, 새싹 보리도 잘 팔리게 해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닙스, 아마씨를 홍보해주었는데…결국 신상 건강식품을 홍보할 쇼호스트 역할을 이런 프로그램이 대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면에는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의 한계가 깔려있다. 건강 프로그램 제작에 식품 회사 협찬이 붙고 이를 바탕으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면, 식품의 효능을 잘 어필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섭외된다. '운동하라, 식단 조절해라'와 같은 쌀로 밥 짓는 소리보다 '이 제품만 먹으면 살도 빠지고, 항노화도 되고, 힘도 불끈 솟을 것 같은' 평소 들어보지 못하던 자극적 쇼닥터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꽂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요행을 바라는 근본 속성이 이곳에서도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근거 없는 의료방송은 방송통신심의대상의 징계를 받지만, 이것도 반창고 효과밖에 가져오지 못한다. '사후심의제도'의 한계로 이미 시청자들에게 노출된 방송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한번 국민에게 각인된 잘못된 의료정보는 다시 수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는 2015년부터 쇼닥터라는 용어를 명명하고 TV 출연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의사들을 예방하기 위한 '의사 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4년이 지났고 그동안 방송심의도 건강정보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제작자, 의사출연자, 시청자 등의 머릿속에 '저 사람이 쇼닥터인가? 아닌가? 에라이 모르겠다'라는 개념만이 남게 되었다. 쇼닥터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유튜브 등 인터넷 덕분에 그들의 무대는 오히려 확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범람하는 잘못된 건강 정보의 '진실성 검증'을 책임지는 사람이나 기관은 잘 보이지 않는다.


거짓된 정보를 시청한 국민들은 잘못된 건강행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경제적 손해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쇼닥터로 인해 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심화될 수 있다. 한 번 망가진 외양간을 고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은 쇼닥터를 사전에 방지하는 비용으로 돌려야 하고, 전문가 집단의 자정작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좀 더 강제적 틀을 적용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건강 문제이자 생명과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현영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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