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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프라이버시, 나를 지키는 본능이자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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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프라이버시, 나를 지키는 본능이자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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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야말로 미래라며 자사의 3개 서비스 모두를 암호화하기로 했다. 개인 정보 소매상답지 않은 행보였는데, 자신들이 일으킨 물의가 점점 커져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터였다.


그런데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당국이 공안(公安)에 괜찮다고 판단할 때까지 암호화를 보류하길 원한다는 서한을 공개해 김새게 만들었다. 이 서한에는 영국 국무부 장관, 미 국토안보부 장관, 호주 내무부 장관까지 서명했다. 테러, 아동 성 착취, 선거 방해 등 산적한 불법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상세계의 보안을 강화한다고 실세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프라이버시보다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쉽게 정당화된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던 CCTV도 이제는 나의 안녕을 위해 당연시된다. 유전 정보도 시스템에 공개할 때 연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기꺼이 공개할 것이다.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면 스마트워치 등 헬스 모니터의 정보도 공유할 텐데, 자동차 보험을 위한 차량 정보 추적은 정착 단계다. 위치 추적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고, 셀카로 일상의 디테일을 전체 공개하는 시대답다.


사실 프라이버시란 본능이다. 프라이버시는 인간 외의 많은 종에서도 목격된다. 영역 표시를 해 '나와바리'를 꾸리고 교미는 한적한 데서 한다. 프라이버시란 경쟁과 안전을 향한 생존 욕망이었다.


하지만 인간 역사 대부분에서 이 본능을 따르는 일은 일부에게만 허락된 사치였다. 가옥 구조는 개방적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성)생활을 했다. 음독 대신 조용히 책을 읽는 행위조차 동서양을 막론, 근세에야 허락된 사치였다. 현대의 라디오도, TV도 모두 공동 시청이었다.


스마트폰은 내 손안에서만큼은 이 본능의 사치를 마음껏 허락해주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 나만의 시공간을 사기 위해 내 정보를 팔아도 그저 좋았다. 개인화된 욕망의 충족을 위해 사적 정보를 파는 일이 일상이 된다.


프라이버시라는 하나뿐인 자산은 한 번 날아가 버리면 되찾기가 쉽지 않다. 프라이버시를 내놓는 대신 재력과 권력을 취하는 공인과 달리 평범한 우리는 가끔 너무나 쉽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 귀중한 프라이버시를 헐값에 팔곤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 없음은 공권력에 의한 프라이버시 해체마저 받아들이기도 한다. 비단 중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전제 정부의 사례만이 아니다. 프랑스도 11월부터 Alicem이라는 얼굴 인식 ID 프로그램을 전개할 예정이다. 착하게 살면 뭐가 걱정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길든 시민은 자신이 공권력의 주인임도 잊게 된다.


기술적으로도 법 집행 기관에만 살짝 열릴 수 있는 선의의 백도어란 있을 수 없는 일. 그 예외는 악인에게도, 또 다른 생각을 가진 권력에도 동등하게 열린다.


자기는 불투명한 집단이 내 프라이버시는 열어보는 비대칭성은 현대인이 주의해야 할 새로운 공포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실망한 이들조차 검찰과 언론에 적개심을 드러내곤 하는 이유도 내 프라이버시 또한 어느 날 그렇게 발가벗겨질지 모른다는 본능적 두려움에서 온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본능이 존중될 때 비로소 나보다 더 큰 타자와 대치할 수 있다. 미 수정헌법 2조가 총기 소유를 혼돈의 개척 시대에 나를 지키기 위한 권리로 간주했듯, 프라이버시라는 본능이자 자산은 이 혼돈의 시대에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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