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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대학입시, 수능 등 계량화된 점수로 선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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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대학입시, 수능 등 계량화된 점수로 선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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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이상적인 제도다. 학교생활기록을 통해서 학생의 미래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대학입학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라고 할지라도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면 일단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 현재 학종은 '평가기제'로서의 실행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제도이기도 하다.


첫 번째 문제점은 먼저 평가자의 주관적 요소로 인한 평가 신뢰도 문제다. 서류평가 신뢰도를 살핀 연구(류영철ㆍ2016)에 따르면, 한 대학 서류평가지표에서 19개 모집단위 중 12개가 0.6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또 다른 학술연구결과(김현수ㆍ안성진, 2016)를 보면 면접평가 신뢰도가 0.8 이하인 경우가 4분의 3이나 된다. 흔히 말하는 깜깜이 전형, 즉 합격자가 왜 합격했는지, 왜 불합격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떤 평가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게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가자료 자체의 신뢰성 문제다. 학생부기록은 개별 학교 교사들이 작성한다. 그러나 교사나 학교 역량 차이가 학생부기록의 내용과 질을 결정한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동일하더라도 담당교사가 다르면 기록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고 학생의 당락도 결정된다. 학생의 노력보다 교사와 학교의 서류기록 완벽성을 요구한다. 학종 때문에 동아리활동 챙겨주고 봉사활동 지도해주고, 학생부기록 잘 써주는 교사역량을 키우는 것이 고교교육정상화는 아니다.


세 번째 문제점은 가정의 경제적 자본뿐 아니라 사회자본 혹은 문화자본의 영향력까지도 학종을 통해 대학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가정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학생의 타고난 능력 혹은 학업 역량과 노력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가정 경제의 영향력은 제한된다. 그런데 학종은 가정 경제 배경뿐만 아니라 한 술 더 떠 학부모의 사회 자본(인적 네트워크 등)과 문화 자본(학생 동아리활동과 봉사경력관리 역량 등)까지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즉 상류층 학생들의 경우 학업역량이 낮아도 합격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다.


수능(혹은 과거의 학력고사)과 내신등급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학업역량이 낮은 상류층의 자제들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을 총동원해 학업역량이 낮아도, 즉 수능이나 내신이 좀 낮아도 '학종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ㆍ동아리활동 그리고 멋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정성평가 위주의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해 동문자녀특례입학, 특기자입학제도, 기여입학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동경하는 교육체제를 보유한 핀란드의 경우도 대학입학은 전국단위의 표준화된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고교내신점수 등으로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계량화한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다. 물론 상위권 대학에만 해당되는 슬로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상위권 대학만큼은 핀란드처럼 수능점수와 내신등급으로 학업역량을 객관화해 공정하게 선발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단순하고 공정하게 수능과 내신으로,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논술과 면접을 포함해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을 포기하지 말자.



이광현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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