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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 1조달러 달성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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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 1조달러 달성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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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역의 날은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 고지를 넘보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액은 6402억달러. 11월 한 달간 610억4000만달러어치가 수출된데다 최근 6개월 동안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한 만큼 70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달성한다면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기록한 후 61년 만에 수출 규모가 7000배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은 산업계에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지난해 7000억달러 수출 달성이 기대를 모았지만 6800억달러대에 머물면서 실패한데다 올해 들어 미국이 철강, 알루미늄에 50%,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면서 오히려 수출 타격을 우려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기대감은 다시 커졌다.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몇 배 큰 일본도 지난해 수출이 7000억달러를 간신히 웃돌았다.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이 목표는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연간 최대를 기록한 작년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수출 주력 품목인 D램을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단가가 치솟으면서 수출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구조 등을 감안할 때 이런 호조세를 이어가기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관세 장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해외에 공장을 짓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수출도 롤러코스터를 탈 확률이 커지게 된다. 오히려 7000억달러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효자 품목은 10년 이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장품만 10위권에 진입한 게 눈에 띄는 변화일 뿐 반도체와 자동차, 기계류까지가 부동의 1, 2, 3위로 굳어졌다. 수출 효자였던 철강, 석유화학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수출 품목 다변화는 거리가 멀어졌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활성화도 수출에는 부정적이다. 한국은행과 산업연구원은 내년 우리 수출이 올해 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일까. 기록적인 수출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무역의날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차분했다. 의미는 각별하지만 관심은 일반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전날 열린 무역의날 기념식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이었다. 행사엔 이 대통령이 아닌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무역수지 1조달러 달성을 기념해서 그런지, 수출 7000억달러가 주는 임팩트가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을 기념하기 위해 무역의날을 11월 30일에서 12월 5일로 옮겼다. 수출 1조달러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관심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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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일수록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를 더 의미 있게 본다고 한다. 하지만 수출은 단순한 물건 팔기가 아니다. 그 나라의 산업 기반과 제품 경쟁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다. 결코 쉽지 않기에 수출 1조달러 달성은 도전할만한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산업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정책과 기업 경쟁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보다 분명해졌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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