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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기름맛·대용량' 견과 시장 흔든 '더채움'의 25g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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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줌 E25g 견과' 만드는 기업 '더채움'
일 25g 견과 섭취면 충분…업계 표준 제시
품질 타협 없다…3배 원가에도 뚝심 경영
"좋은 제품 오래 만드는 장수 기업 될 것"

"1㎏을 사 먹지, 25g 견과를 누가 먹는다고 팝니까?"


혁신의 방식은 시장의 냉소를 받곤 한다. 견과류 제조기업 '더채움'의 권영기 대표 역시 그랬다. 소량의 짜지 않은 견과를 가공해 세계 최초로 출시한 '하루한줌 E25g 견과(하루견과)'를 들고 대형 홈쇼핑 업체를 찾았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국내 견과 시장은 짠맛과 기름맛에 의존한 대용량 제품이 대세였다. 결국 그는 작은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1년 뒤 '25g'이라는 숫자가 반향을 일으켰다. 하루 적정 섭취량에 맞춘 편의성과 휴대성에 소비자는 주목했다. 이 혁신을 좇는 기업도 수십 곳이 나타나며 견과류 산업의 전체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짠맛·기름맛·대용량' 견과 시장 흔든 '더채움'의 25g 혁신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위치한 견과류 제조기업 더채움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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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가 주관한 기자간담회에서 권 대표는 "더채움은 견과류에 가치를 부여하는 혁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견과류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1998년 부림농수산을 창업했다. 1992년 프랑스 시알(SIAL) 박람회 견학이 권 대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세계 식품산업의 발전상을 본 그는 '한국에서도 체계적인 견과 회사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하루·25g' 개념…업계 표준이 된 품질 혁신

권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수십 편의 논문 분석을 의뢰해 서양의 염분 섭취 구조를 모방한 국내 견과류 가공 방식이 한국인의 체질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주먹 한 줌(22~30g)이 하루 적당량이란 연구 결과를 토대로 25g이라는 '건강한 견과'의 기준을 제시했다. 2014년 '더채움'으로 사명을 바꾸고, 2023년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부지 3000평, 건물 1200평 규모의 신공장을 세웠다.


'짠맛·기름맛·대용량' 견과 시장 흔든 '더채움'의 25g 혁신 더채움 공장 내 가공 공정을 거쳐 '하루한줌 E25g 견과(하루견과)'가 생산되고 있다. 최호경 기자

성석동 신공장은 그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구현된 공간이다. 25g 단위로 하루당 6만~8만 봉지를 생산하는 이곳에는 자동화율 80%의 생산 라인에 항온·항습, 질소 충전, 해썹(HACCP) 설비가 완비돼 있다. 견과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져 전 공정이 온도는 20도, 상대습도(RH)는 45%로 늘 유지된다. 여러 차례 실험 끝에 완성된 저온 로스팅 공법은 150도 이하 온도에서 90~100분간 커피 원두처럼 견과를 천천히 볶아 불포화지방을 보호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살아나게 한다. 여기에 천일염수를 초미세 분사해 염도를 정밀 제어하는 '가염 유닛(염도자동조절장치)'과 질소 충전 포장 시스템은 '1년이 지나도 산패 없는 견과'로 평가받는 데 기여했다.


더채움은 모든 공정의 불량률 데이터를 관리하며 제조원가 분석과 효율 극대화에 활용한다. 다만, 비용이 들더라도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 저온 로스팅 공법으로 생산 단가가 일반 제품보다 3배 높지만, 권 대표는 '품질 낮은 제품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최근 환율 상승 등으로 원재료 값이 크게 올랐지만, 공정 개선과 인력 교육 등 생산성 혁신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품질 경영으로 CCM(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획득했고, 2011년 세계 최대 견과 기업인 미국 파라마운트팜즈(현 원더풀 브랜드)의 OEM 공급사로 선정됐다. 쿠팡, 담터식품, 선키스트, 코스트코 등 국내외 기업과의 거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빨리 가지 않고 멀리 간다"

더채움은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장 증축을 추진하며 2026년 신제품 생산을 목표로 새로운 라인 공사에 착수했다. 현재는 기존 유휴 공간을 활용한 1단계 확장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설비를 완비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공장 자동화와 온라인 유통 고도화를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더채움은 가공재료에 기대지 않는 천연의 맛과 소비자 니즈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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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기름맛·대용량' 견과 시장 흔든 '더채움'의 25g 혁신 권영기 더채움 대표가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에 위치한 더채움 공장에서 견과류 가공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다만, 그는 빠른 성장을 좇는 여느 기업인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식품회사는 장수 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가야 한다"며 "10년, 20년 경험만으로 대기업이 되는 것은 상품도 위험하고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 욕심보다 '한국에서 괜찮은 기업'으로 남겠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란 설명이다. 더채움은 창립 이래 '하루견과 25g' 원칙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으며, 유행하는 맛에도 휩쓸리지 않았다. 권 대표는 "좋은 제품을 오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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