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현 / 호남취재본부 기자
지난 8일 오후 빗줄기 속 광주 북부경찰서 앞. 광주시 북구의회 의원들은 "불법은 아니다", "진실이 왜곡됐다"고 외쳤지만, 스쳐간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출장이면 출장이지 왜 꼭 상품권으로 했냐", "솔직히 창피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상식을 묻는 눈초리가 정면으로 맞섰다.
회견 직후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더 냉랭했다. 몇몇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돌렸고, "세금으로 가는 출장인데 왜 이런 방식이냐", "불법이 아니면 다 괜찮다는 식은 곤란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해외 연수가 필요하다면 더 투명하게 하면 될 일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짧은 반응이었지만, 의원들의 해명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의회 안에서도 해명은 엇갈렸다. 의회 관계자는 환급이 늦어진 이유를 전하며 "반납 절차를 추진한 의원이 '각 의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면서도 "행정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늦어질 이유도, 오래 걸릴 사안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기자에게 "전원 반납하기로 이미 뜻을 모았기 때문에 설득할 일은 없었고, 단순히 행정이 늦어진 것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말의 결은 달랐다. 일부에서는 '의회 내부가 절반씩 갈라져 다투는 현상의 연장선 아니냐'는 토로도 나왔다.
경찰 수사 착수도 가볍지 않다. 내사를 넘어 참고인 조사가 시작됐고, 대상엔 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이 포함됐다. 수사기관이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사안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보여준다. 의원들이 말하는 '적법성'과 별개로, 수사기관은 혐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시민들의 불신은 오히려 깊어졌다. 절차상 문제없다는 설명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은 평행선을 달렸다. 법적 정당성과 시민 눈높이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단순하다. 자신들의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적법하다"는 말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한 시민의 말처럼 법은 최소한이고, 의회는 그 이상을 보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시민 눈높이를 외면한 의정은 결국 언론의 검증과 비판 여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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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은 북구의회에 아픈 대목이 될 것이다. 아픔은 성장의 출발점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왜 이런 상황을 스스로 자초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아플 땐 제대로 아파야 한다. 그래야 변화의 계기가 되고, 주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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