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 부과…수출업체 직격탄
한국, 미국 시장 점유율 44.7% 1위
미국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조치가 '무효'와 '유지' 사이를 오가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다.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면 식품업체의 연간 부담액이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는 정부의 통상 협상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30일 글로벌 농식품 교역 플랫폼 트릿지(Tridge)와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라면 수출액은 3661억원(약 2억6529만달러)으로 미국 전체 인스턴트 누들 수입 시장의 44.75%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54.85% 급증했다. K콘텐츠 인기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온라인 유통채널 확장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산 라면은 미국으로 수출할 때 기본관세 10%가 부과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며 업계에 일시적 기대감이 돌았지만 상황은 하루 만에 뒤집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판결에 불복해 긴급 제출한 '판결 효력 정지' 요청을 항소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상호관세는 항소심 판결 전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최대 25%의 고율 관세가 다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식품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트릿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새롭게 산정한 관세 부담은 약 910억3229만원(환율 1372.56원 적용)이다. 현재의 3배 수준이다. 올해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실제 관세 부담액은 1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직후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거나 수출 지역 다변화, 원가절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공방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 신중하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각 사의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수입 1위 한국…상호관세 적용 시 가격 경쟁력 약화
한국은 미국 인스턴트 누들 수입시장에서 점유율 44.7%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이탈리아(11.38%)보다 4배 이상 높다. 이어 중국(10.29%), 베트남(8.72%), 인도네시아(7.49%)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라면업체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이다. 이 가운데 삼양식품은 전량 한국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은 1조3046억원이며 이 중 미국 시장 비중이 약 27%에 이른다.
삼양식품의 대표 상품인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미국에서 100g당 0.98~2.57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불닭 까르보나라'는 5개입이 6.88달러(약 9530원), '불닭 4종 혼합세트'는 10개입 기준 18.59달러(약 2만5747원)에 팔린다. 관세 인상이 시행되면 제품의 현지 판매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농심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지 생산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제품은 한국에서 직수출하고 있어 이들 제품은 관세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10개입)'은 5.12달러(약 7089원), '짜파게티(5개입)'는 3.63달러(약 5025원)에 판매되고 있다.
오뚜기는 아직 미국 현지 생산시설이 없어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 영향을 받는다. 오뚜기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캘리포니아에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벤저민 빌헬름 라테건 트릿지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국 라면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겪고 있는 관세 리스크는 단기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 수립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생산지 다변화를 위해 원가 경쟁력이 높은 국가에 현지 공장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동시에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포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관세 회피와 물류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어 "소비자 가격을 조정하거나, 현지 유통채널과의 공급 조건을 재협상하는 등 가격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