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살펴 본 청년 불안과 원인
경쟁 높은데 성취 낮아 불만 느껴
"노후 불안과 연금 제도 불신 확산"
청년들이 결혼 등의 가족 형성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젠더 갈등을 겪고, 미래 대비와 관련해 불안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높은 경쟁 수준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이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문제가 청년 개인의 삶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연대나 경제 성장을 위한 혁신 가능성도 떨어트린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는 노법래 부경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쓴 '데이터로 본 청년의 불안과 원인 탐색: 댓글 분석을 중심으로' 주제의 이슈 분석이 담겼다.
노 교수는 청년 행복과 관련해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 웹상의 댓글을 중심으로 자료 분석을 했다. '청년문제' '청년의 삶' '청년의 행복'을 검색했을 때 나온 최근 2년간(2022년 6월~2024년 6월) 유튜브 콘텐츠 목록을 살펴 댓글을 수집한 뒤 단어 사이의 연관성 유무를 살펴 의미 구조를 분해하고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번 분석 결과, 가족 형성과 젠더 갈등, 미래 삶에 대한 불안감과 현재의 낮은 희망 등이 중요 이슈로 나타났다. 높은 경쟁이 주는 피로와 그에 비해 낮은 성취에 대한 불만, 계급화한 노동시장 현실 인식과 좋은 일자리에 대한 높아진 기대 등도 주요 화두로 꼽혔다. 지역 격차에 따른 인프라 격차나 이동 등의 문제 역시 청년 삶의 질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퇴직' '연금' '은퇴'와 함께 '은둔(형)' '도태' '청년' 등의 단어가 군집을 이루며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청년 고민을 드러냈다. 노 교수는 "미래에 대한 낮은 기대를 구성하는 두 가지 차원으로서 가난하고 불안정한 노후로 상징되는 미래 불안감과 사회와 적극적으로 융합되지 못하는 고립감을 느끼는 현실 불만이 나타났다"며 "빠른 은퇴 등으로 인한 노후 경제적 보장에 대한 청년층 불안과 현행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군집에선 '학원' '시험' '대학'과 함께 '부동산' '땅' '가격' 단어 등이 나타났다. 이는 높은 수준의 경쟁 사회를 살아감에도 자신의 집조차 스스로 마련하기 힘든 무기력감과 분노가 반영된 결과다. 노 교수는 "경쟁과 무기력감을 담은 이 군집을 연결하는 단어로 '자살(률)'이나 '목숨'과 같이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높은 경쟁 수준이 주는 스트레스와 자존감 손상 경험 가운데 자립의 어려움이 주는 자괴감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가족 형성에 대한 낮은 기대, 분절된 노동시장, 지역 격차 등이 청년의 도전과 생애 이행 과정에서의 성장 경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고의 분석 결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격차 확대 과정에서 경험하는 무기력감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청년 개인의 삶의 질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 성숙에 필요한 사회적 연대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혁신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 전반에 걸친 높은 경쟁 스트레스에 더해 기성 세대가 만든 경쟁 체제로 충분한 자립이 어렵다는 불만이 커져가는 점은 주목할 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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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교수는 "향후 청년 행복을 측정할 때 미래 기대, 자립에 필요한 자기효능감, 격차 구조와 그 인식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사회의 특수한 맥락에서 중요한 지역 격차 인식이나 이주 필요성 인식 등을 검토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감과 실증성을 기반으로 청년 정책이 수립된다면 공동체 관심과 노력에 대한 청년층 체감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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